`중간 도매상`이 사라진다

 제조·수입업체와 소매업체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던 중간도매상이 사라지고 있다.

 1차 공급원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보통 3∼4단계를 거치게 되는 유통과정이 최근들어 1∼2단계로 줄어들면서 그동안 대량 판매를 무기로 유통단계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중도매상들이 전업 또는 소매로 전환하는 등 세월의 뒤안길로 하나둘씩 밀려나고 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채널의 증가 등으로 인해 제조·수입업체와 소비자간의 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2·3차 중간도매상들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1차 공급업체의 하위 유통망으로 활동하면서 ‘분배’ 역할을 했던 2·3차 중간도매상이 최근 다른 제조·수입업체의 1차 공급업체로 나서는가 하면 일부는 소매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용산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유통업자 모임인 용산하드디스크연합회(용하연)의 위상변화다. 용하연은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특정 HDD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좌우할 정도로 큰 역할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수입업체들이 하위 단계의 딜러들에게 직접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HDD시장 지배력이 이전보다 훨씬 약화됐다.

 모니터와 프린터를 취급하는 중간도매상들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줄어 들었다. 소비자 직거래 채널에서 이들 상품의 취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이윤이 박해진 탓이다.

 이처럼 중간도매상들의 입지가 약화된 것은 소비자 직거래 채널의 증가 외에도 △세무당국의 세원관리 강화 △제조·수입업체들의 공동구매 형태의 판매 증가 △유통업체들간 저가경쟁에 따른 이윤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전에는 중간도매상들이 무자료 거래 등의 방법을 통해 세금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짭짤한’ 이윤을 거뒀고 또 할인(깡)을 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세무당국의 단속이 강화된 데다 가격경쟁이 심해 할인(깡)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공동구매 방식의 판매는 중간도매상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문이다. 공동구매는 대부분 한정판매기는 하지만 시중가격보다 턱없이 낮게 판매되므로 이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 나진전자월드에서 부품 도소매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보드업체들의 경우 모델마다 수백장씩 공동구매 형태로 인터넷 사이트에 밀어내고 있다”며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한정 수량에 대해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오프라인 도매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