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권리·의무관계를 담게 될 전자금융거래기본법 제정이 미뤄질 것 같다는 보도다. 정보화시대에 적합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전자금융거래기본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전자금융거래의 허리 구실을 하는 전자금융거래기본법 제정의 시급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욱이 전자금융거래를 규제·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어 각종 사고시 민법이나 약관에 의해서만 피해를 보상받아야 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고 보면 법 제정의 시급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가 전자금융거래기본법 제정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향후 금융거래의 주종을 이룰 인터넷 금융거래에 수반되는 제반 문제를 총괄적으로 규율하면서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기본법에 전자지급 결제의 효력, 전자화폐 발행, 전자결제 대행 서비스기관 설립 근거 등을 명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결제 과정에서 해킹 또는 시스템 장애로 인해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시장참여에 따른 금융사고도 이 법이 마련돼야 예방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자금융거래기본법 제정이 미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동안 ‘법 제정 시급하다’는 주장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차일피일 미뤄오다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가칭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기본법’ 제정작업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핵심 쟁점사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사안은 마그네틱 선불카드 형태인 백화점 상품권의 전자화폐 포함 유무, 전자외상매출채권의 어음기능 부여 여부, 통신사업자의 지불결제서비스 제한 한도, 전자금융서비스 사업자의 인·허가 요건과 주관 부처 등이다. 전자금융거래기본법이 3개월여의 법제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지난해 10월 전자상거래(EC) 유관 법률의 일제 정비에 대한 당정 합의에 의해 전자금융거래기본법 제정작업을 주관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에서는 오는 3월까지 법 시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 및 공청회를 거쳐 하반기 중 임시국회나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학계와 정보통신부·금융감독원·한국은행·금융결제원 등 기본법 제정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 기관간 이견 해소가 쉽지 않아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입법을 주도해 왔던 민주당이 조만간 선거체제에 들어가는 것도 전자금융거래기본법 제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은행·증권·보험 등 각종 전자금융서비스가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고 기존 금융권은 물론 정보기술(IT) 업계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시장진입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전자금융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전자금융이라는 신시장에 꼭 필요한 새로운 준거가 전자금융기본법이기 때문이다.
전자금융서비스의 안전성 보장과 소비자 보호의 근간이 되는 전자금융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