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을 신청했는데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최근 정부의 정보화 지원 사업에 참여를 신청했던 한 조합의 전무가 사석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일단 신청은 해놓고 봤지만 탈락할 경우 조합측에서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 걱정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각종 정보화 관련사업을 보면 전통산업의 협회나 조합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 산하의 협회나 조합을 함께 참여시켜야 한다며 무작정 ‘참여확인’ 도장부터 받고 다니는데 따른 부작용도 한 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업종의 e전이(transformation) 실현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는 두 손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디지털경제시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업종내 여러 기업간의 협업 시스템 구축이 시나브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업종내 파급효과를 고려해 볼 때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의 회원사를 둔 협회나 조합의 참여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B2B든 정보화든 필요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는 IT업체의 무작정인 권유에 따라 ‘일단 하고보자’는 막무가내식 태도는 불안하다. 한 협회 회장은 “조합이나 협회가 아무런 생각없이 IT업체에 따라가다 보면 필요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비용만 지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때마침 3차 산업부문 네트워크 구축 지원사업의 선정작업이 한창이다. 예전에도 그래왔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조합이나 협회의 참여의지와 수행능력을 확실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단지 문서상으로만 신청서에 조합이나 협회의 존재여부를 파악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차제에 전통산업의 협회나 조합들도 이제 ‘디지털’이란 화두에 소극적으로 수수방관하지 말았으면 한다. 주체적으로 나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