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침체로 투자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벤처캐피털들이 지난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거뒀다.
24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등록·상장된 18개 벤처캐피털업체 중 23일까지 회계감사가 완료된 13개사(3월결산법인 자체 결산)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업체의 매출은 모두 감소했으며 경상이익이나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대비 70% 이상 감소한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털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경기침체와 함께 IT업계의 구조조정, 각종 게이트 등 악재가 잇따라 노출, 주식시장이 가라앉은 데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업체의 주가상승폭이 전년만큼 크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1654억원의 매출과 13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도 매출 4966억원, 순이익 1509억원보다 각각 66.7%, 91.2%가 줄었다.
한국기술투자도 매출 340억원, 순이익 102억원으로 지난 2000년 매출 1394억원, 순이익 733억원보다 각각 75.6%, 86% 급감했다. 특히 경상이익의 경우 지난해 68억원의 손실이 발생, 지난 98년(95억원 적자)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매출 578억원, 경상이익 257억원, 순이익 230억원을 기록했던 TG벤처도 지난해 매출(144억원), 경상이익(23억원), 순이익(20억원)이 각각 75%, 91.2%, 91.2% 감소했다.
중견 벤처캐피털사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한미창투·한솔창투·동원창투·우리기술투자의 경우도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한미창투의 경우 지난해 매출·경상이익·순이익 등이 전년대비 각각 80.1%, 90.5%, 88.0% 감소했으며 한솔창투의 경우도 매출(-19.9%), 경상이익(-81.3%), 순이익(-84.3%) 등이 크게 줄어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동원창투도 25.9%의 매출 하락과 함께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85.6%, 79.6% 떨어졌다.
우리기술투자도 큰 폭의 실적 하락을 면치 못했다. 매출 340억원, 경상이익 292억원, 순이익 244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2000년과는 달리 101억원의 매출에 경상이익 63억원, 순이익 5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쳐 전년에 비해 각각 70.2%, 78.5%, 78.6% 감소했다.
이밖에도 제일창투·인사이트벤처 등이 50%대의 순익 감소를 보였으며 CBF기술투자는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매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한림창투는 전년대비 순이익이 소폭 증가했으며 기은캐피탈, 대신개발금융 등은 흑자 전환을 일궈내 주목을 받았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상장·등록 기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 흑자를 기록한 데 비해 후발 벤처캐피털의 경우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올해도 코스닥시장의 등록요건 강화 등으로 IPO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 올해 경영실적도 별로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