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과 현대큐리텔이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 3강의 위용을 갖추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현대큐리텔을 인수, 연간 매출 1조3000억원대의 가족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두 회사는 박 부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경영방침으로 연간 이동전화단말기 생산능력 1200만대 수준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주
▲팬택
팬택(대표 박병엽 http://www.pantech.co.kr)은 벤처기업계의 맏형이다.
이 회사는 지난 91년 3월 설립돼 무선호출기, 산업용 무전기 등으로 성장기반을 다졌다. 97년 5월, LG정보통신(현 LG전자)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를 공급하며 주력품목 전환작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98년 미국 모토로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99년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CDMA단말기 공급을 개시, 고속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이로써 팬택은 자산 3500억원, 매출 3860억원대 회사가 됐다.
2001년 11월, 박병엽 부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분사한 현대큐리텔을 KTB네트워크(대표 백기웅)와 함께 476억원(지분율 80%)에 인수한 것.
박 부회장은 ‘팬택과 현대큐리텔의 시너지 창출’을 화두로 삼았다. 그는 “현대큐리텔의 연구개발·생산·해외영업 경쟁력을 재확인했으며 강력한 오너체제를 가동함으로써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구매부문 통합, 연구개발 협력, 중복투자 예방, 생산시설 공유, 영업거점 분할 등 팬택과 현대큐리텔간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팬택의 유럽형 이동전화(GSM)단말기 기술을 현대큐리텔에 접목하고, 현대큐리텔의 폭넓은 수출선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팬택과 현대큐리텔은 연산 1500만대에 걸맞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모바일스테이션모뎀(MSM) 칩, 액정표시장치(LCD), 배터리 등 이동전화단말기 핵심부품의 수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부품공급업체들의 중요 고객으로 부상한 것은 물론이다.
팬택은 지난해 모토로라와 1년 6개월여간 7억달러 상당의 cdma2000 1x 단말기를 공급키로 계약했다. 이에 힘입어 2000년 8500만달러를 기록한 CDMA단말기 수출실적이 지난해 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려 164.2%나 실적이 늘었다.
최대 CDMA단말기 수요국으로 부상한 중국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지난 1월 중국 닝보버드, 소텍과 총 60만대, 1억달러 상당의 CDMA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 더구나 팬택의 중국시장 진출은 모토로라 핵우산(OEM)과 별개로 진행돼 주목된다.
박병엽 부회장은 올해 매출 2조원대 경영계획(팬택 8000억원, 현대큐리텔 1조2000억원)을 세우고 매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감한 생산라인 개선작업으로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품질관리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 창업자(박병엽)와 전문경영인(박정대·송문섭)의 공동경영체제를 강력한 추진력으로 연결해나가기로 했다.
▲현대큐리텔
‘cdma2000 1x방식 이동전화단말기 연간 500만대, 7억3000만달러 어치.’
현대큐리텔(대표 박병엽·송문섭 http://www.curitel.com)이 새해 벽두에 마련한 도약대다. 미국 오디오복스와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단일 계약사상 최대 규모의 결실을 따낸 것.
한 때 퇴출위기로 내몰렸던 현대큐리텔은 2001년 5월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분사, 자력갱생의 길로 들어섰다. 1983년 현대전자산업 통신사업부문으로 출발해 국산 단말기 3대 메이커로 군림했던 자심감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
이후 1220여 현대큐리텔 임직원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2001년 매출 9500억원, 수출액 8000억원, 경상이익 200억원을 달성해 다시 일어서는 힘을 보여줬다.
팬택 계열로 편입된 2001년 11월은 제 2의 출발점이다. 이로써 현대큐리텔은 매출 1조2000억원, 순익 700억원대 회사(경영목표)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큐리텔의 강점은 폭넓은 해외 영업선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산호세, 브라질 상파울루,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 호주 시드니 등지에 지사를 개설하고 세계 15개국에 CDMA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북미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대전자산업(하이닉스반도체)시절인 지난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700만대 상당의 2세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를 공급해왔다. 이같은 협력관계에 힘입어 현대큐리텔은 향후 2, 3년간 매년 500만대 이상의 단말기를 오디오복스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회사는 브라질에 연산 50만대 규모의 CDMA단말기 생산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중국에도 연산 200만대 규모의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대큐리텔은 인도 CDMA단말기 시장에서도 깃발을 올렸다. 지난 12월 인도 국영통신사업자인 BSNL로부터 CDMA 단말기 30만대, 무선가입자망(WLL) 단말기 3만대를 수주했다. 이 회사는 루마니아의 아날로그 이동통신 고도화작업인 CDMA450 시장에도 진출, CDMA 세계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박병엽 부회장과 송문섭 사장은 앞으로 350여 연구개발 인력을 활용, R&D 일정을 단축함으로써 급변하는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점유율 7%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표1>팬택 주요 지표
설립 1991년 3월 29일/자본 780억원/자산 3500억원/종업원 800명/단말생산능력 월 45만대/2001년 매출 3860억원 순익 80억원
<표2>현대큐리텔 주요 지표
설립 2001년 5월 1일/자본 560억원/자산 2550억원/종업원 1200명/단말생산능력 월 60만대/2001년 매출 9500억원 순익 200억원
<표3> 팬택 연혁
91년 3월 창립/92년 4월 무선호출기 내수 및 수출/93년 9월 산업용 무전기 내수 및 수출/95년 12월 광역호출기 출시/97년 5월 CDMA단말기 생산 개시/ 98년 5월 모토로라 자본유치 및 전략적 제휴/99년 1월 CDMA단말기 모토로라 OEM공급/2001년 1월 미국수출용 CDMA단말기 ‘샤크’ 생산 100만대 돌파/ 2001년 11월 2억달러 수출탑 수상 및 현대큐리텔 인수
<표4>현대큐리텔 연혁
95년 12월 CDMA단말기 개발완료/96년 4월 셀룰러형 CDMA단말기 생산/97년 11월 PCS단말기 생산/2001년 5월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 및 브랜드 변경(걸리버→네오미)/2001년 8월 cdma2000 1x단말기 출시/2001년 11월 박병엽, KTB네트워크에 지분 80% 매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