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는 당초 지난해 12월 말부터 본방송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셋톱박스 등 관련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올해 3월 1일로 두달 정도 개국 시기를 미뤘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작하는 것보다는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 시작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성방송 출범 1년 만에 본방송을 실시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의 경우 본방송을 실시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보통 2∼4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카이라이프는 연기된 두달 동안 본방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기술적인 점검과 함께 셋톱박스 보급과 마케팅, 서비스망 구축 등 각 분야에 걸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또 개국 시점에는 우선 PPV(Pay Per View) 채널 10개를 포함한 86개 비디오 채널과 60개의 오디오 채널 등 146개 채널을 서비스하고 2005년까지 가용채널을 30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채널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개국 시점에 전송됐던 채널이라 하더라도 1년이나 2년 후에 채널 편성에서 빠지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가입자들에게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스카이라이프는 많은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입자들이 주로 보는 채널은 몇개 되지 않는다고 판단, 양질의 채널을 가입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채널사용사업자(PP)들에 자금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2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조성하기도 했다.
스카이라이프의 등장으로 기존 케이블TV방송국(SO)들도 채널 편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매년 단체계약을 통해 송출되던 채널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개별계약 체제로 바뀌면서 탈락하는 채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위성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사업 첫해인 올해 5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2005년까지는 275만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위성과 케이블TV의 가입자 유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위성방송과 케이블TV는 채널경쟁과 함께 디지털방송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방송 분야에서도 불꽃 튀는 경쟁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월드컵 경기 시점에 맞춰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에 나서는 등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케이블TV는 내년중에나 디지털전환이 가능해져 데이터방송 서비스 시점은 늦어지지만 지역과 밀착된 양질의 서비스로 위성을 견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올해 118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이어 2005년에는 788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고속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셋톱박스 등을 보다 저렴하게 보급하는 등 인프라 구축과 가입자 지원체제를 확실하게 갖출 계획이다.
그러나 위성방송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하나둘이 아니다. 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방송법 개정 문제다. 스카이라이프는 본방송을 불과 한달 정도 앞둔 지난달 24일 마케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이라는 돌부리에 걸리고 말았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가 지난달 위성방송의 의무 재송신 대상을 KBS1·EBS로 한정하고 KBS2·MBC·SBS를 재송신하려 할 때는 방송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방송법을 개정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일단 개국 이전에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현행 방송법에 따라 의무 재송신하도록 돼 있는 KBS1·KBS2·EBS와 함께 MBC·SBS도 재송신한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미리 바뀔 법을 예상해 재송신 채널을 정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이 개정되면 스카이라이프는 방송위의 승인에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한 위성방송 채널정책으로 인해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방송위가 과거와 똑같은 정책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 KBS1과 EBS만 재송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스카이라이프는 마케팅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지상파의 재송신 문제가 사업초기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법 개정의 부당성과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필요성을 계속 지적하는 한편 법적인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