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방송 등 2개로 나뉘어 있던 방송계가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3개 영역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위성방송의 등장은 단순히 둘에서 하나가 더해지는 산술적인 증가의 의미를 벗어난다. 위성방송은 시작부터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지상 3만6000㎞ 상공에 떠있는 무궁화 위성을 이용해 방송신호를 전국 어디에나 동시에 전송하게 된다.
또 개국과 동시에 비디오채널 86개와 오디오채널 60개 등 146개의 채널을 융단폭격식으로 송출함으로써 단순한 콘텐츠에 식상해 있던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같은 위력으로 인해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TV방송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상파의 경우 KBS·MBC·SBS 등 3사 모두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위성과의 공존을 선택했지만 케이블의 경우는 다르다.
분명한 것은 새롭고도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함으로써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모두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케이블TV가 탄생한 이후에도 여전히 지상파방송이 건재하듯 위성방송이 선보인다고 해서 다른 방송매체가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위성방송이 서로 견제와 함께 협력해 나가며 국내 방송산업을 한단계 더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가장 먼저 타격이 예상되는 매체는 케이블TV방송국(SO)이다.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인 SO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스카이라이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위성방송측에서도 사업 개시 초기에 경쟁 매체와의 극단적인 대립을 최소화하는 것은 연착륙을 위한 선결과제다.
케이블TV 사업자 및 스카이라이프는 대표적인 상호 공생 방안으로서 SCN(Satellite Cable Network) 방식의 도입에 대해 논의해왔다.
SCN 방식이란 기존 SO의 구내 전송 설비를 이용해 위성 방송 패키지를 내보내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위성방송은 별도의 SCN 패키지를 케이블망을 통해 가입자에게 전송하게 되며 수신료 및 이에 따른 수익을 SO와 배분함으로써 가입자 확보를 위한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문제와 관련해 지역방송사들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측의 대안에는 MBC·SBS 등을 재송신하는 대신 지역방송사들을 위해 슈퍼스테이션 채널·종합PP 채널·시간차 재송신 채널 등을 마련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지역방송 활성화 대안으로 자주 거론됐던 슈퍼스테이션 채널이란 지역방송사가 제작 또는 편성 기획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전국으로 송신하는 채널이다. 또 종합 PP채널은 MBC·SBS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역 방송 프로그램을 추가 편성해 수도권 밖으로 송신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같은 각종 공생방안의 도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SCN 도입과 관련해서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측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위성방송은 SCN을 도입한다 해도 SO들의 인프라가 미미해 디지털방송 패키지를 실어보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반면 케이블TV측은 위성방송이 별도로 SMATV(Satellite Master Antenna TV)를 통해 SO의 역무를 침해하려 한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지난해 ‘SCN협의체’를 구성하고 3차에 걸친 모임을 통해 SCN도입을 위한 발전 방안을 협의해왔으나 현재는 이마저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최근 스카이라이프는 무선으로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케이블측과의 마찰을 피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방송환경은 다양해지고 질적인 변화가 수반되는 등 일대 혁명을 예고된다.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그리고 위성방송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