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포항공과대학교 대학원장)=오늘 학계의 권위자들을 발표자로 모시게 돼 기쁘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북미관계가 경색됐는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어느 정도 풀린 것 같다. 이달초 중국 옌볜에 가서 북한 교육성 관계자들을 만나고 왔는데 그들은 통일IT포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같이 일해보자는 의사를 내비쳤다. 통일IT포럼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많은 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앞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할 것 같다.
◇최성모(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남북 및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는데 북측과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이 IT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체제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이번 아프간 전쟁으로 북한에서도 IT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고 그 필요성도 최고조에 달해 있을 것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남한에서 새로운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전략을 세우는 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미관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
◇최성(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교수)=지난 94년 한반도 핵위기때나 페리 보고서에서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검토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를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따라 부시 노선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 위기의식 차원에서 부시의 발언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입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서재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나 여러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발언을 지속하는 것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와 북한정권의 행태를 미국의 당면 대외정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반미감정인데, 최근 남한내의 ‘반미’ 정서는 부시의 대북 강경발언을 누그러뜨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가까운 시일내에 북한은 남북한 대화에 응해야 남한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고 미국의 대 테러전쟁 희생양에서 면제될 수 있으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남용(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본인은 국방분야에서 약 20년간 근무하고 현재 국방부 정책자문 교수로 있다. 지난 전쟁사를 분석해 보면 미국은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 방위산업의 활성화에 먼저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포클랜드전, 코소보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부시의 ‘악의 축’ 발언 배경은 2003년 한반도에 닥칠 수 있는 위기의 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 때문에 북한과 쉽사리 전쟁을 벌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미국은 자기 이익을 위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국이 양보한다면 한반도 문제를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역시 중요한 것은 이번 부시 방한을 전후해 보여준 한국 시민사회의 반응이다. ‘악의 축’ 발언이 나오자 국내언론은 미국이 옳다고 했다. 그 뒤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면서 여론이 바뀌기는 했다. 미국 공화당은 본디 동맹국 우대정책을 갖고 있는데 한반도의 반미 분위기에 놀랐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입장도 한시적이며 몇개월밖에 시기가 주어져 있지 않다.
◇구해우(SK텔레콤 동북아협력팀장)=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가지 상황과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왔다.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는 괜찮으나 과도하게 위기상황으로 인식하면 대미 협상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박찬모=북미관계 냉각에 대한 책임의 절반은 미국에 있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화를 하자면서 조건을 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주민을 굶기면서 미사일을 수출한다고 말하는데,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사일 기술 수출이 일종의 외화획득이라는 측면이 있고 그만큼 미국이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최성모= 최근의 북미, 남북관계 정체로 인해 대북 IT협력사업을 하고 있거나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구해우=남북 IT경협에서 여러가지 장애요인이 많은데, 이의 타개를 위해 주변국을 지혜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남한의 몇몇 기업들이 전략물자 반출 제한이 해당되지 않는 중국을 통하거나 현지에 법인을 세워 북한에 들어가고 있다. 주변국을 통한 대북 교역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미국도 제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최신림(다산R2B컨설팅 사장)=북미관계를 놓고 보면 남북관계나 남북경협은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IT분야는 북한도 육성하고자 하는 분야니 남북간 교류가 잘 진행될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주변 3국을 활용한 남북 IT협력모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남북한간의 경제교류는 여건상 실질 수익을 올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고 또 여태까지 정부의 정책이 북한과 직접 교류한다는 것이었지만 이제 주변국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조성갑(한국이동통신수출진흥센터 원장)=센터에서는 향후 전세계적으로 우리의 이동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북한에도 IT인프라를 구축을 추진할 작정이다. 그동안 현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로 남북간 접촉과 이에 따른 성과와 부수적 효과도 많았다. 따라서 주위에서 북미 및 남북관계를 강경 분위기로 몰아가지 않도록 남북교류로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적극 알려야 한다.
◇정일(목포대 중문과 교수)=최근 목포시가 북한 신의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목포신문사 사장 일행이 평양을 다녀왔는데 북한이 IT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북미관계가 경색될 분위기가 보이는데 남북 IT협력이 정상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통일IT포럼이 대안을 제시하면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선화(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해외정보사업실장)=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분위기로 남북 IT협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럴수록 더욱 민간차원에서 IT, 과학기술 분야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 위쪽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아래쪽에서 탄탄히 일이 진행돼야 한다. 당장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협력사업 외에 표준화 부문 등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김주진(KT 통신망연구소 실장)=IT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자금난을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지 못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익성이 어려우니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은 특혜성의 시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에 앞서 기업들이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연철(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지금은 남북 IT협력 활성화의 기로에 서 있다.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법 중 주변 3국을 통한 교류는 잠정적인 조치이지 장기적인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면 프로젝트보다 이를 위한 지원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또 북에서 중국을 오가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고 납기 문제도 뒤따른다. 따라서 남북이 직접 접촉하기 위한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특히 북한내 접촉 상대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류창구는 평양정보쎈터, 조선콤퓨터쎈터 등에 집중돼 있고 과학원 같은 중요한 곳이 빠져 있다. 일본 총련계의 대북 IT교류에서는 북한 과학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또 현 남북 교류 현황을 볼 때도 기초과학 분야는 상업화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원이나 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으로 접촉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대북 교류창구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현재의 남북 IT협력은 중국을 매개로 진행되고 있고 그 대상도 한정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의 심도와 범위를 개선하려면 북한 실무자급과의 직접 접촉과 과학원 등 북한내 최고 연구기관과의 교류가 꼭 필요하다. 아울러 현 정세가 IT분야에서의 협력을 어렵게 하는 면이 있다면 북한이 중요시하고 있는 생명공학과 화학공업 등 그동안 남북협력이 적었던 분야로 협력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남용=남북관계가 침체된 환경에서 남북 IT협력은 미래를 위해 분단 반세기 동안 이질화된 IT관련 용어, 업무, 데이터, 문서, 기술 등의 표준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남북이 협력해 국제경쟁력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경우 엔지니어링, 개발방법론, 문서 등에 이용되는 용어, 양식, 기술 등에 혼선으로 효과적인 협력이 어려운 실정이다. 직접적인 남북IT협력이 어려운 지금이 바로 향후 협력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할 때다. 통일IT포럼이 남북IT표준화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
◇김주진=남북간 공동표준을 제정하는 일은 2002년 정보통신부의 업무계획에 포함돼 있고 전기통신 분야의 남북 표준화는 KT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표준사업은 현재는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많은 비용을 절감하는 분야다. 여러 분야에서 남북한간의 표준을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면 한다.
◇이판정(넷피아닷컴 사장)=대북 IT협력사업은 북한내 IT자원을 양성하고 향후 IT시장을 창출한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북한에 IT자원이 잘 갖춰진다면 남한 기업들의 대북 협력사업 여건도 나아질 것이다. 게다가 북측 인력들은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으므로 남한기업들은 여러 협력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