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가 건전한 게임으로 거듭날 것인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최근 사이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대폭 수정, 건전한 온라인 게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나서 실효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4일 ‘건전한 온라인 게임 육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그동안 ‘리니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아이템 현금 거래 등 사이버 범죄에 적극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그동안 불법 아이템 현금거래, PK, 해킹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으며 급기야 현실속 폭력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에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건전화 계획’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획 가운데에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게임 회원 계정의 실명화를 단행하는가 하면 공성전 시스템을 대폭 수정하는 등 게임 내용까지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조치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회원 감소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그야말로 ‘용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어느 만큼의 의지를 보이며 이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리니지’와 관련한 사이버 범죄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이를 위한 방지대책 발표 또한 한두번이 아니었다라는 점에서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5월 ‘리니지’의 폭력성과 아이템 거래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고 아래 아이템 현금 거래를 막는 등 개선 방안을 서둘러 발표하기도 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엔씨소프트의 문제 해결 의지 부족과 게이머들의 반발로 결국에는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 역시 그런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엔씨소프트의 ‘자의’보다는 다분히 ‘타의’에 의해 나온 것라는 점에서 이같은 의구심은 더욱 불거지는 양상이다.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갑자기 건전화 대책을 발표한 이면에는 최근 모방송사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리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이템 현금 거래 실태를 심층 보도한 여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니지’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사실 이를 묵인하다시피 해온 엔씨소프트가 여론을 의식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제된 개선방안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왕 개선안을 마련한 이상 엔씨측의 성의있는 자세와 함께 정부당국의 지원 및 감시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리니지와 관련된 대부분의 범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며 “‘리니지’가 진정으로 건전한 게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리니지’ 등급을 원점에서 다시한번 심의하는 조치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