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콘텐츠 부실화 우려

 셋톱박스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신규 채널사용 사업자(PP)들이 잇따라 위성방송 프로그램 공급 시간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GGTV·웨이브TV·스피드레저채널 등 다음달 개국을 앞둔 위성방송 PP들은 한국디지털위성방송(대표 강현두)의 예약 가입자에 대한 셋톱박스 보급 계획이 수급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적체 현상이 예상되자 일일 방송 시간을 축소키로 하는 등 프로그램을 재편성하고 있다.

 특히 신규 PP들은 일부 가입자들을 위한 24시간 프로그램 편성이 프로그램을 낭비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순환 편성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위성방송의 콘텐츠 부실화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게임 채널인 GGTV(대표 정인견)는 당초 ‘실시간 양방향 게임 프로그램’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적극 홍보해 왔으나 당분간 이를 제작·방영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GGTV는 양방향 프로그램의 경우 별도 망 사용료 등을 지불해야 하는데, 초기 이를 시청할 만한 위성방송 가입자가 소수일 것으로 보고 이같은 계획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음악 채널인 웨이브TV(대표 이성진)는 최근 사업 계획을 변경해 일일 24시간 방송을 18시간으로 축소하고 본방송 6시간을 일일 3회씩 순환 편성키로 했다.

 이 회사는 또 편성 계획상 음악 생방송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나 가입자 수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이를 전면 보류키로 했다.

 스피드 레저 채널을 준비중인 코리아스포츠네트워크(대표 오원근·성연천)도 올 6월까지는 일일 8시간만 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 회사는 당초 3월부터 일일 18시간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방침을 바꿔 본방송 2시간 분량을 일일 4회씩 재방송키로 했다.

 코리아스포츠네트워크 관계자는 “위성방송 개국 초기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가입자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과다한 제작비가 투여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지 않다”면서 “본격적인 프로그램 편성은 셋톱박스 수급이 안정되는 등 위성방송의 궤도 진입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위성방송 예약 가입자는 약 40만명에 달하며 위성방송은 25일부터 설치에 들어갔다.

 방송계는 셋톱박스 적체 현상이 오는 5월 중순께나 돼야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