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카드깡 탈법 `기승`

 벤처기업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벤처 최고경영자(CEO)를 끌어들여 탈법을 부추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대구지역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 인터넷 관련 벤처업계는 기업 방문객 가운데 불법신용카드 할인(속칭 카드깡)을 중개하겠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일부업체는 이들의 꾀임에 넘어가 실제로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기업을 상대로 불법을 조장하는 이들은 주로 사채업자와 연결돼 있는 브로커들로 현재 자금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아가 카드깡을 통해 매출을 올리면 그것을 기반으로 정부의 각종 벤처지원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식으로 유혹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해당 벤처기업으로 하여금 인터넷 쇼핑몰이나 경매사이트를 개설하게 한 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것처럼 위장, 카드사로부터 받은 돈을 대출해 주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카드할인 전문 사채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명목으로 선이자를 받아 챙기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경우 사업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은 쇼핑몰이나 경매사이트를 통해 실제 물건을 팔지 않고서도 많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위장매출을 올릴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정부 벤처자금을 지원받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 유혹에 빠질 우려가 크다.

 지역의 한 IT업체 대표는 “회사경영이 어려운 지역의 일부업체들이 사채업자와 짜고 암암리에 카드깡으로 허위매출을 올리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5일 대구에서는 모 벤처기업 CEO가 자신의 회사 신용카드 가맹점 명의를 이용해 윤락업소에 허위 매출전표를 작성, 대금을 받아 수수료 15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벤처기업대구경북지역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인의 도덕성도 문제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벤처기업을 상대로 불법을 부추기는 행위도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