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LCD 등 PC와 모니터의 핵심 부품가격이 인상되면서 PC와 모니터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에대한 PC와 모니터업계의 반응은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PC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는 PC경기가 가격인상 요인으로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모니터업계는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PC경기가 위축될 경우 PC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니터경기도 궁극적으로 좋지 않을 게 분명해 모니터업체들도 PC경기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3월에 PC, LCD모니터 가격인상=이달 초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대기업들과 일부 중소기업들이 거의 1년만에 PC 가격을 한차례 인상한 데 이어 다음달에도 인상방침을 굳히고 있다. PC 가격인상의 주범은 메모리 폭등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27달러 수준인 256MB D램 모듈이 최근에는 100달러를 넘어섰다”며 “노트북PC의 경우 LCD 패널 및 메모리 상승에 따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은 다음달에도 일부 품목에 한해 PC 가격인상을 굳혔으며 지난달 PC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중견기업들도 가격은 유지하되 PC 일부 규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사실상 PC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모니터업체들도 가격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가격을 한차례 인상한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은 다음달 15인치 LCD패널 공급가가 또다시 10달러 가량 인상된 만큼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니터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달 패널값이 올랐음에도 불구, 가격인상을 하지 않아 가격 압박이 심하다”며 “15인치 LCD모니터 제품에 한해 1만원 안팎의 출고가 인상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15인치 및 대형 LCD모니터 제품에 한해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중소기업들도 다음달 소폭 LCD모니터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반응은 대조적=PC업계는 가격인상이 PC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11월부터 PC수요가 살아나는 등 PC경기가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PC경기 회복을 이끄는 동인은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PC 가격인하였다”며 “예전처럼 기존 PC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PC를 구매하는 ‘PC구매사슬’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채 시도되는 가격인상은 다시 소비자들의 대기수요를 양산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모니터업체들은 현재 LCD모니터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만큼 일정 가격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니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LCD모니터시장의 경우 공급이 수요의 70% 정도만을 따라가는 실정”라며 “가격이 소폭 오르더라도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LCD모니터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LCD모니터의 가격인상이 LCD모니터의 공급·수요의 균형을 이루는 효과는 물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곡면 CRT모니터 등의 수요를 유발하는 등 전체적인 모니터시장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