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라.’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와 말단 직원이 한자리에 마주앉아 한해의 경영지침을 전달하고 영업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마당’을 마련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경영풍속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직원과 경영자간 대화를 통해 경영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듣고 말단 직원이라도 회사의 경영방침을 경영인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상호 신뢰감을 높이고 생산효율성 증대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같은 움직임은 한해의 사업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덕담 수준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시무식 수준을 벗어나는 것으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일처리 관행의 모범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히다찌의 이기동 사장은 지난달부터 평사원·대리·과장·부장 등 직급별로 20여명씩 그룹별 미팅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주 수요일 저녁에는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과장급 20여명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 회사의 경영방침과 비전, 영업전략을 전달했으며 즉석에서 이와 관련해 사원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이같은 자리를 마련한데 대해 직원들은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이 자리에서 사원들은 영업 일선에서의 어려움과 개선사항,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 사장은 오는 3월 초까지 400여명에 이르는 전직원과 대화의 자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EMC의 정형문 사장도 부서별 킥오프 미팅을 가졌다. 원래 이 회사는 매달 1회씩 오전 7시에서 9시까지 주요 이슈에 대해 사장과 전체 직원이 토론하는 자리를 갖고 있으나 연초에는 부서별 킥오프 미팅을 갖고 1년 동안의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이 자리서 회사의 사업계획은 물론 각 부서, 각 개인의 사업계획을 들어보고 이를 공유·토론하는 한편 일부 의견을 수용하는 등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컴팩코리아의 강성욱 사장 역시 지난달 중순 부서개편 이후 팀별 직원과의 자리를 마련하고 회사의 경영전략과 영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의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자리를 별도로 마련했다. 강 사장의 경우 근무시간 중 시간이 맞는 시간을 정해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평소 사장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은 직원들은 만족도가 높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스토리지텍의 권태명 사장도 이달 들어 직원과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은 회사의 비전과 사업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건의사항을 청취했으며 신사업에 관한 난상토론도 벌였다. 이 회사는 특히 업무환경과 담당업무에 대한 만족도, 회사에 대한 건의사항 등을 담은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결과를 경영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흐름은 회사 규모상 중견 혹은 중소기업에서 가능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시무식 풍경과는 달리 직원과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직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차원을 넘어 사업전략과 제품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확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일방적인 사업전략을 전달하거나 회식하는 수준의 미팅보다는 경영자와 말단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