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 세계시장에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세계 2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유럽형 디지털 이동통신(GSM)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왜소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 분야는 더욱 숨막히는 혈전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시장이 이동전화 가입자수 2900만명에 직면(보급률 포화)함에 따라 해외시장이 한국기업들의 탈출구(수출)로 등장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에릭슨, 알카텔, 사젬, 필립스 등 굴지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약세로 돌아서 기회시장이 넓어진데다 한국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CDMA이동통신이 중국, 인도 등지로 확산돼 시장전망이 밝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세원텔레콤의 홍성범 회장은 “연간 생산능력 1000만대를 기점으로 생존과 낙오가 엇갈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제조능력이 선진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안정적인 구매·생산·공급능력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
현재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메이커 중에서 연산 1000만대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기업은 4개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현대큐리텔, 세원+맥슨텔레콤 등이다.
물론 연산능력 1000만대 이하의 기업들에도 소품종, 소량생산의 장점을 살린 틈새경영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품 구매, 제품 판매 측면에서 고수익구조를 갖추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브랜드=96년 이후 본격화된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은 중저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지역도 미국으로 편중(65% 이상)돼 있다.
물량 위주의 박리다매 전략을 선택했던 것. 특히 중남미지역에서는 덤핑에 가까운 밀어내기를 감행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균 공급가격(FOB)을 2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LG전자, 현대큐리텔(현대전자산업) 등도 가격정책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이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힘입은 변화다. 과거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지멘스 등의 세계시장 과점으로 국산 단말기의 입지가 취약했다. 하지만 국산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고 첨단기종(cdma2000 1x) 도입이 빨라지면서 경쟁력이 제고되고 있다.
실제 올해 미국에서 본격화될 cdma2000 1x 서비스에 대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말기 초기시장을 선점할 태세다. 팬택과 현대큐리텔도 각각 모토로라, 오디오복스를 통해 미국 cdma2000 1x 단말기 시장에 깃발을 곧추세웠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버라이존와이어리스, 스프린트PCS 등 현지 사업자와 공동브랜드 형태로 제품에 자사의 브랜드를 부착했다. 이제 국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때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