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B포털시스템 운영주체 논란 배경

 조달청이 G2B활성화사업을 계기로 지난 40여년 역사에서 운명의 기로에 봉착했다. 전자정부특위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G2B포털시스템의 운영주체가 된다면 가장 혁신적인 공조직으로 거듭날 ‘기회’이지만, 최소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엄청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기’다. G2B포털시스템은 그동안 조달청의 역할이었던 정부(중앙)조달의 물품·단가계약을 전자거래 방식으로 해결해주는 단일창구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조달청과 기획예산처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주변에선 촉박한 시한을 감안해 한시라도 빨리 운영주체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엇갈리는 시각=G2B포털시스템의 운영주체 문제는 이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결국 조달관련 정부조직의 수술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법·제도 정비나 각종 공공부문 시스템 연계 등 여타 협의과제와 비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조달청은 그동안 정부조달의 전문성을 축적해 온 만큼 또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G2B포털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하게 구축된다 하더라도 조달정보·거래업체·수요공급관리 등 정부조달에 관련된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특히 시한이 6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번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려면 조달청의 기존 전자조달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컨설팅을 수행했던 업계 관계자도 “현실론을 보자면 조달청의 주도적인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연구진의 당초 구상도 조달청을 일단 운영주체로 두되 이용 강제성은 없애고 민간업계와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 입장은 다르다. 조달청을 운영주체로 둘 경우 향후 각급 공공 정보자산과의 연계나 시스템 확장, 조달서비스 향상, 중립성 확보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G4C·재정정보·전자결재·건설정보화(CITIS) 등 각종 공공부문 사업과 마찬가지로 국가적 차원의 공동 정보자산이라는 인식에서다. 예산처 관계자는 “국가조달 관행의 효율적 개선이라는 원칙에서 생각해보면 운영주체를 굳이 조달청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다”면서 “더군다나 앞으로 모든 국가정보자산은 공동 이용·운영 환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G2B포털시스템의 구축장소는 조달청으로 두되 향후 분리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나, 정부수요기관에 이용을 강제하지 않는 점, 운영주체의 역할을 단지 시스템 관리기능에만 못박은 점 등 기본적인 추진원칙도 이런 맥락에서다.

 ◇배경ㅓ=G2B포털시스템의 운영주체 문제는 당사자들이 ‘의도적’으로 공론화시키지 않았을 뿐 그동안 가장 핵심적인 쟁점사안으로 도사리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조달청과 기획예산처의 대립은 근본적으로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양 기관의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조달청은 지난 수년간 추진해온 조달 전자문서교환(EDI)사업과 전자입찰사업을 확대·발전시키는 계기로 인식한 반면, 예산처는 출발부터 국가조달 관행의 혁신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때문에 예산처는 조달청이 민간 e마켓 등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서비스질을 개선하고 이를 위해 거듭나지 않으면 운영주체가 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국가조달 개선에 집착하면 중앙조달의 필요성 유무 등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자조달의 확산·정착이라는 원래 사업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일단 G2B포털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과 가동이 시급한 만큼 일단 조달청을 운영주체로 잠정 선택하되, 조달청의 향후 위상변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민간 전문가는 “조달청은 조달정보서비스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조달정책 전문기관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또한 미래에는 G2B포털시스템의 운영기관도 별도로 분리해 민간과 완전 경쟁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