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신임 중소기업청장이 25일 본사를 방문,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는 벤처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이 청장은 벤처확인제도 완료시점과 벤처인증평가 개선방안, 벤처평가기관 사후관리 방안 등 중점 개선방안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간을 쪼개 중기·벤처 현장 사람들을 만나는 등 국가경쟁력을 담보한 정책수립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항상 현안 업무가 산적해 있다고 말하는 이 청장은 산업정책 및 중소기업 업무에 대한 해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중소·벤처정책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등 3각구도 중심의 산업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가야 합니다.”
이석영 중소기업청장은 “IMF를 거치면서 우리 벤처산업은 내성이 강해져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벤처정책은 직접지원은 축소해 나가는 대신 이를 점차 시장기능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벤처제도 개선 배경에 대해 국내 벤처산업의 단기·압축 성장과정에서 일부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나 불법·부당행위로 인해 벤처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정부시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됨에 따라 지원제도 전반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그러나 현행 벤처정책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벤처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간접지원시스템 보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제도 개선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벤처인증 평가체제와 관련, 이 청장은 벤처투자기업의 경우 투자후 단기간 회수에 따른 문제점 보완을 위해 캐피털의 투자보유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추가하고 유효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청장은 또 “벤처확인 유형의 65%를 차지하는 기술평가기업의 경우 13개 평가기관의 형평성,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향후 평가기준을 객관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벤처의 혁신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으로는 현재 청에서 시행중인 이노비즈 사업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OECD 오슬로 매뉴얼을 벤처자가진단시스템에 도입, 유형별 벤처 확인평가 이전에 부실 기업을 미리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벤처 확인신청에서 확인서 발급까지 모든 행정절차를 온라인화한 시스템을 구축, 평가기관의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벤처기업의 동향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기별로 자금 및 판로 등 경영상황(BSI)을 조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기존 벤처로 확인받은 1만1000여개 업체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중 이 시스템을 도입, 적어도 75%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통과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벤처기업간 인수·합병(M&A)의 활성화를 위해 이 청장은 “벤처기업끼리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식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주식교환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들의 기술과 기업가치가 사장되는 것을 막고 코스닥에 등록하지 않고도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합병절차 역시 대폭 간소화하는 한편 기업구조조정회사(CRC)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M&A펀드를 결성,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M&A거래소 설치를 검토중인 이 청장은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분할을 통한 퇴출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벤처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청장은 “일부에서 정부의 벤처기업 전용 자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정책자금 전체가 벤처 전용 자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소·벤처 정책자금 6조여원 가운데 벤처 전용 자금은 고작 25%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 청장은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더 이상 늘리지 않을 방침”이라며 “단 지방기업의 성장 인프라 구축과 여성 벤처투자 확대, 창업초기 벤처지원 등을 늘려나가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정책을 둘러싼 산자부와 중기청의 역할이 애매하다는 일부의 지적과 관련, 이 청장은 “주도적으로 벤처정책을 이끌고 가는 것은 중기청의 몫”이라며 “그러나 산자부가 산업정책의 핵심 고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부처간 이기주의를 버리고 협의와 조율을 통해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산자부의 잦은 낙하산 인사가 구성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이 청장은 “산자부가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며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중소·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소한 애로사항이라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행정지원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며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13회 출신인 이 청장은 국무총리실 출신으로 10년 넘게 총리실에 있다 지난 85년 상공부 유통산업과장으로 상공부에 발을 들여놓았다.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정책심의관, 산자부 에너지관리심의관 및 산업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 산업과 통상분야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무역위 상임위원과 산자부 기획관리실장, 차관보 등을 거쳐 산업정책 및 중소기업 업무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만한 대인관계로 따르는 부하직원이 많으며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추진력이 뛰어나 외유내강형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프로필
△1973. 3 제13회 행정고시
△1973. 8 체신부 행정사무관
△1974. 5 국무총리 기획조정실
△1981. 11 국무총리 행정조정관실 제1행정조정관실
△1985. 8 상공부 유통산업과장, 구주통상과장, 수출진흥과장, 산업정책과장
△1992. 6 특허청 기획관리관
△1993. 4 주미대사관 상무관
△1996. 1 통상산업부 통상정책심의관
△1998. 4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심의관, 산업정책국장
△2000. 2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2001. 5 산업자원부 차관보
△2002. 2. 4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