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KCOSE)는 한국의 과학기술계를 한데 묶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지식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
26일 공식 출범한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서정욱 전 과기부 장관(68)이 취임했다.
서 회장은 지난 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장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SK텔레콤 사장, 과기부 장관을 두번이나 역임한 국내 과학기술계의 대부. 그는 시스템엔지니어링이 향후 한국경제를 지식산업구조로 이끌 핵심요소라며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이제는 고시 출신의 정부관료가 수조원대 국책사업을 혼자서 관리하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사업전반에 걸쳐 기술·경제·정치적 변화요소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면 국가적 피해가 막심하지요. 시스템엔지니어링은 이같은 실수를 최소화하는 과학적 도구입니다.”
그는 과거 경부고속철을 비롯한 대규모 국책사업이 시스템엔지니어링의 경험부족 때문에 국민부담이 컸으며 앞으로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사회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함께 공유하는 지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젠 남의 지식과 기술을 빌려 경제성장을 지속해온 우리의 과거를 한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축적하는 노력 없이는 국민소득 1만달러 고지를 결코 넘어서지 못해요.”
서 회장은 이제 한국경제가 상품만 팔아서는 중국에 견뎌낼 재간이 없으며 기술선진국처럼 기술지식(엔지니어링)을 팔아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교량 하나를 지어도 비싼 외국기술자가 감독을 해야만 공사가 마무리되는 기술후진국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자는 이야기다.
또 이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각 기술분야 전문가들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발언권을 행사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전문기술인력이 산재해 있어요. 다만 그분들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시스템화되지 못해 외국의 전문기술인력에 기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과거 척박했던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이만큼 끌어올린 주역으로서의 자신감 때문인가. 서 회장은 시스템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앞으로 한국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앞으로 KCOSE가 시스템엔지니어링 분야의 해외 교류와 교육, 컨설팅 사업 외에도 국내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고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기 귀찮다고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앞으로는 ‘높은 사람’보다 ‘전문가’가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KCOSE가 앞장서겠습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