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화제와 이슈](23)아일랜드 SW산업

 미국 외에 SW강국을 꼽으라면 단연 이스라엘·인도가 꼽힌다. 그러나 여기에 아일랜드를 추가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유럽이라는 지리적인 차이로 인해 국내에서 소홀하게 다뤄졌을 뿐, 아일랜드의 SW산업은 800년간의 식민지 지배와 독립전쟁의 후유증을 겪은 아일랜드 경제를 극적으로 부활시켰을 정도로 높은 부가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있어 SW산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SW산업 육성을 위해 아일랜드가 기울인 노력은 무엇인지를 안다면 우리가 외치고 있는 ‘SW강국-2005 비전’도 좀더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고건 서울시장 초청으로 25일 한국을 방문한 아일랜드의 대표 SW기업 아이오나테크놀로지 크리스혼 회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아일랜드 SW산업에 대한 벤치마킹을 시도해 봤다. 편집자

 

 지난 17일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생산성 국제비교’에 따르면 일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이 6만6341달러로 1위를 차지한 미국에 이어 벨기에와 아일랜드가 각각 2,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와 아일랜드는 모두 6만달러 이상을 기록해 우리나라의 3만935달러보다 두배나 높은 부가가치를 내고 있으며 경제강국인 일본의 4만8744달러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SW가 높은 부가가치 생산성의 주역=이 가운데 아일랜드의 결과치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영국의 800년 통치에서 벗어나 1949년 독립국가로 출발한 아일랜드는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취약한 경제기반, 높은 실업률 등으로 낙후된 국가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최고의 부가가치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가 이렇게 눈부신 경제성장을 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SW산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일랜드의 SW산업은 2000년 기준 101억유로달러(약 11조원)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의 1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SW산업 비중이 2% 안팎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비율이다. 더욱이 SW 총수출액은 85억유로달러로 아일랜드 전체 수출의 10%에 이르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 SW산업의 연간 매출성장률은 20%, 수출성장률은 무려 30%에 이르고 있어 이 나라 전체 산업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반해 기업 수로 보면 아일랜드 SW업체는 토종기업 760개에 외국기업 140개로 900개에 불과하다. 고용인원도 3만명밖에 안된다. 한국의 SW업체가 적게 잡아도 5000여개, SW산업 종사자가 10만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일랜드 SW산업의 현주소다. 세계 생산성 조사에서 아일랜드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도 바로 SW산업의 이같은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기업 줄줄이 배출=아일랜드가 SW강국이라고 하는 데는 이같은 통계지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SW기업을 배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일랜드 SW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인 아이오나테크놀로지와 인터넷보안분야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볼티모어테크놀러지를 비롯해 컴퓨터 기반 교육업체인 스마트포스, 모바일기술 전문업체인 파더스, 전자지불솔루션업체인 트린테크, 고객관계관리(CRM)업체인 노콤테크놀로지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오나는 지난해 기준으로 2억달러 매출에 근접해 명실상부한 아일랜드 대표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볼티모어도 2001 회계연도에 1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트린테크도 6000만달러 규모의 매출을 이루는 등 SW만으로 올리는 매출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대부분의 SW업체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수출로 거두고 있으며 SW 종주국인 미국시장에서의 매출비중이 절반을 웃돌고 있으니 글로벌기업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아일랜드가 SW산업에 강한 이유는 아일랜드 역사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오랜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 단기간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인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SW에 대한 관심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개방정책과 글로벌전략이 핵심=이와함께 과감한 개방,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 정부의 IT우대정책 등은 아일랜드를 실제 SW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일랜드 기업진흥청(EI)은 아일랜드 기업들이 창업에서 글로벌화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00만개에 이르는 미국·유럽 IT업체 정보를 상세히 수록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IT상품 1만여개의 정보를 수시로 토종기업에 제공함으로써 아일랜드 SW기업이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했다. 물론 내수시장이 좁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으며 영어권 국가라는 점이 글로벌 전략 실현에 큰 역할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또 아일랜드는 법인세를 10% 초반에 묶어둠으로써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대한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가 16∼28%다. 특히 연간소득이 1억원 이상일 경우는 초과분에 대해 28%의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반해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우리나라는 물론 같은 유럽국가인 영국(30%), 프랑스(40%), 독일(46%)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이다. 따라서 자국의 기업은 물론 외국의 기업들이 아일랜드에서 정착하고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아일랜드 SW기업들은 다른 제품을 갖다 파는 소싱 비즈니스보다는 자체 제품을 만들어 파는 브랜드전략을 중시하면서 R&D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풍토도 SW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협력 프로젝트 모색도 고려해 볼 만=아직 아일랜드와 우리나라 사이에 진행되는 SW분야 협력은 거의 없다. 아이오나 한국지사가 설립돼 있으며 볼티모어가 국내 IT기업을 통해 간접진출하고 있는 것이 아일랜드기업의 한국진출상황이다. 이에 반해 국내 SW업체가 아일랜드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아일랜드를 거점으로 글로벌전략을 실현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말 삼성전자가 아이오나와 통신네트워크부문에서 전략제휴를 맺어 눈길을 끈다. 우선 한국아이오나와 제휴를 맺은 후 본사와 글로벌 협력으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중국·호주·대만 등 해외시장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의 구상이다.

 삼성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아일랜드는 한국을 비롯한 어떤 국가에나 똑같은 개방정책을 펴고 있으며, 또 법인세 등 기업환경이 좋기 때문에 목적만 정확하다면 아일랜드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도 많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요즘들어 국내 SW업체들의 유럽시장 진출이 모색되고 있는 만큼 거점을 아일랜드로 설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유럽내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SW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이점 가운데 하나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아이오나, 어떤 기업인가

 아이오나테크놀로지는 더블린과 미국 월덤에 본사를 둔 아일랜드 최고의 SW업체다. 국내에서는 아이오나가 오빅스라는 코바 미들웨어 유명한 기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아일랜드를 뿌리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아이오나의 탄생과 성장, 발전의 역사에는 아일랜드 SW산업의 꿈과 희망이 투영돼 있다. 지난 91년 독립법인으로 출발한 아이오나는 매년 4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해 2001년에는 1억8000만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 900명이 이룬 성과다. 특히 기업공개(IPO) 첫해인 97년 4800만달러 수준의 매출이 4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인당 매출액도 2.8억원에 이른다. 전세계 30개의 지사와 4500개의 고객사, 250개의 독립소프트웨어업체(ISV) 파트너를 확보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아이오나의 성공비결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했다는 것. 90년대 접어들면서 메인프레임·유닉스 등 다양한 운용체계 플랫폼과 이기종의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환경 등이 혼재되면서 이들 시스템간 연계·통합이 큰 문제가 됐다. 보다 효율적으로 이들 시스템을 통신하도록 만들어 주는 미들웨어가 필요하게 됐는데, 이를 위해 나온 표준이 바로 코바다. 아이오나는 코바 스펙을 기반으로 하는 상용 객체 미들웨어인 오빅스를 처음으로 개발해 시스템간의 자유로운 통신과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

 아이오나는 96년 이후 6년 연속 세계 코바미들웨어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웹서비스 통합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오빅스 E2A 솔루션을 발표해 e비즈니스 플랫폼 분야의 주도기업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