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 국가의 소프트웨어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출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아일랜드 최대의 소프트웨어기업인 아이오나의 크리스 혼 회장은 인터뷰 내내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구 350만명에 불과한 아일랜드가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의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도 수출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소프트웨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이른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10조원에 가까운 소프트웨어 수출 성과를 거뒀다.
아일랜드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기관은 두 곳이다. 하나는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아일랜드개발국(ISA)이고 다른 하나는 아일랜드 소프트웨어기업의 수출을 돕는 엔터프라이즈아일랜드(EI)다. 그 가운데 크리스 혼 회장은 EI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EI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사무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파견국가의 사무소는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이라도 수출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매우 열심히 일하는 편입니다. 부정이나 비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일랜드정부의 효과적인 공공기관 운영은 자칫 방만해지기 쉬운 공무원조직을 전문가집단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아일랜드 소프트웨어기업 해외진출의 첨병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정부가 나선다고 해외진출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기업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사실 아이오나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기업이다. 지난 91년 설립된 아이오나는 창업 초기부터 줄곧 e비즈니스 플랫폼 분야에 주력해 왔다. 세계 30개국에 지사를 갖추고 있으며 900여명의 직원이 지난해 1억8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10년만에 e비즈니스 플랫폼 분야의 선도주자로 발돋움한 셈이다.
“우리는 회사 설립단계부터 미국시장 진출을 생각했습니다. 미국시장 진출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도록 개방형 제품을 만든 것과 초기 제품에 대한 적절한 가격 및 판매 방식의 정책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오나의 성공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없다. 수출중심의 경영과 개방형 제품, 여기에 효과적인 마케팅. 누구나 알고 있는 성공의 삼박자지만 실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미국 수출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혼 회장은 “프랑스에서는 독일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하지만 유럽 어디서나 미국 제품이나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은 통합니다”라는 말로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표현했다.
“한국은 IT 인력과 인프라가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개발도상국의 소프트웨어기업은 내수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서는 몇년안에 다국적기업의 도전을 받기 마련입니다.”
아직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입지는 좁다. 크리스 혼 회장은 글로벌전략이야말로 한국 소프트웨어기업의 활로라고 진단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