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패러다임이 바뀐다>(4)산업지도가 변화

 최근 통신사업자는 e커머스, m커머스를 준비중이다. 물론 은행권, 카드회사도 같은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고객이 보기에는 유사한 서비스지만 내용은 다르다. 사업자 입장에서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는냐에 따라 사업주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통신사업자가 금융사업을 하려면 별도의 사업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가능하다. 금융회사, 카드회사도 마찬가지다. 통신사업을 하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사업권 허가절차가 필요하지만 그것마저 없다. 통신사업자에게는 e커머스, m커머스가 통신네트워크를 이용한 별도의 부가서비스이고 은행이나 카드회사들은 고객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특이한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통신사업자는 다양한 금융사업에 대한 경험을, 은행업계는 통신네트워크와 단말기를 보유한 가입자 확보라는 숙제를 풀어야 가능하다. 어느 한쪽도 이러한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곳은 없다. 유통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신네트워크 기술발달에 따라 발생한 e커머스, m커머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이다. 기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수단이지만 조만간 주력 시장으로 부상할 것은 당연한 일. 재계는 그래서 밤잠을 못이룬다.

 ◇IT가 재벌이다=산업사회를 이끌던 국가, 산업, 사업, 서비스, 기술의 경계는 무너졌다. 전통적인 산업구분방식이 사라지고 신산업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귀아프게 배웠던 1, 2, 3차 산업 구분마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없어졌다.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그룹의 위상도 크게 변하고 있다. 우선 현대, 대우 등 기존 3대 재벌 구도가 붕괴되고 삼성, LG, SK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3개 그룹은 통신부문을 주력으로 내세웠거나 그런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회사라는 점이 특이하다. 삼성은 제조업에서, LG는 통신장비와 통신사업, SK는 통신사업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재계의 판도변화는 경제의 틀이 기존 중공업 중심에서 통신사업부문으로 옮겨왔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배경에는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에 이르는 통신가입자를 통한 안정적인 통화료 수익, 여기에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e비즈 사업 전개가 밑거름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삼성은 언제든지 통신사업에 뛰어들 만한 재력, 장비 및 단말기 제조경험 등을 갖고 있다. LG는 삼성과 유사한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LG텔레콤, 데이콤 등 통신사업자를 소유한 유경험자다. SK는 통신사업이 그룹 전체를 리드하는 케이스. 이미 14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보유해 일거에 재계서열 3위로 올라선 기린아다.

 3000여만명의 가입자 기반을 갖고 있는 KT 민영화가 어떤 형태로 결정날지, 그에 따라 미래 재계 판도는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정보통신이 경제를 주도한다=정보통신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산업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정보통신산업은 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GDP성장률의 3배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다소 둔화됐지만 23.2%로 141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2005년까지는 평균 14.3%씩 성장하고 생산액은 2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산업 부가가치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GDP대비 98년 9.3%, 99년 11.2%, 2000년에는 12%에 달했다. 99년 부가가치액은 정보통신서비스, 정보통신기기, 소프트웨어 전부문 모두 증가해 전년대비 30.8% 향상된 54조1000억원, 2000년에는 60조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증가세는 2005년까지 약 16.6%에 이르는 128조8000억원의 부가가치액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통신사업, 인수·합병·제휴 봇물=정보통신산업이 향후 한국경제의 성장, 고용, 수출, 부가가치 창출을 리드할 것은 틀림없다. 최근 대기업들은 통신사업, 특히 가입자 보유기반의 통신사업자에 대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미래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입자 정보와 빌링시스템을 갖춘 통신사업부문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KT의 민영화, 하나로통신, 두루넷, 파워콤 등 후발 통신사업자의 움직임 등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흡수 합병, KT의 한솔엠닷컴 인수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기업의 인수, 합병, 제휴가 끊임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우선 내적으로는 통신사업부문의 기술진화에 따른 합병요인, 후발사업자의 자금압박 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재계가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변환 , 즉 ‘빅뱅’이 나올 것이라 보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