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19개월만에 800선 돌파에 성공했다.
26일 거래소시장은 장초반 강세로 시작, 오후장들어 차익매물로 한때 800선을 하회하기도 했지만 결국 9.60포인트(1.22%) 오른 801.14로 마감됐다. 거래소시장이 종가기준으로 8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0년 7월 18일(812.33) 이후 처음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0.11포인트(0.14%) 내린 77.00으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졌고 800선을 전후해서 극심한 매매공방이 나타났지만 이날 800선 돌파는 추가상승을 위한 교두보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800선의 안착여부에 대해서는 아직은 불확실한 면이 많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을 지탱했던 기관들의 매수세가 대부분 프로그램 매수에만 의존했고 외국인이 최근 매도나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날 800선 돌파를 추가 랠리의 시작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추가 상승의 발판 정도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장기 상승추세는 대세=국내 주식시장이 여전히 큰 그림상의 상승추세에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김인수 신영증권 팀장은 “최근의 주가흐름은 개선된 펀더멘털과 안정된 투자심리를 통해 나타났다”며 “이날 종가에 800선 고지를 탈환한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향후 추가상승의 포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중장기 전망에서는 낙관적인 견해가 대세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국내 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가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경기회복 신호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800 안착 여부, 기관 역할에 관심=전문가들이 꼽는 주요 관심사는 800선의 돌파 여부보다 800선에 대한 안착 여부. 이틀간의 주가흐름에서 나타났듯이 800선 전후의 팽팽한 매매공방은 좀더 이어질 수 있어 아직 800선 안착에 대해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시각이다. 800선 안착에 성공할 경우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될 것이며 지루하게 나타났던 종목별 움직임도 다시 활발해질 수 있어 800선 돌파보다는 향후 시장이 800선에 안착할 수 있는가가 핵심 포인트라는 지적이다. 기관의 역할도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최근 시장의 주요 매수주체가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돌아서면서 기관들이 현재 지수대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내놓을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속도조절론도 부상=속도조절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전날 미국 증시의 폭발에도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5개월간 지속된 주가 상승세는 ‘단기급등 부담’이 될 수 있어 당분간 횡보나 조정국면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한증권 책임연구원도 “외국인이라는 매수주체가 사라졌고 기관의 매수세도 프로그램분을 제외할 경우 미미한 상황”이라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주가상승이 너무 빠르다는 인식속에 당분간은 800선 근처에서의 숨고르기 장세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수에 따라 다른 종목별 대응=전문가들은 지수가 800선에 안착할 경우 삼성전자를 선도로 한 케이씨텍·테크노세미켐·휴맥스 등의 기존 선도주와 업종내 대표주에 대한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추가 랠리가 나타날 경우 이전부터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와 LCD·전자부품 등 IT하드웨어주들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의 지루한 흐름이 좀더 길어질 경우에는 실적에 비해 최근 주가탄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SK텔레콤·KT 등 내수 우량주와 업종내 2, 3위권에 해당하며 주가 상승폭이 작았던 중가권 우량주로의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