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마케팅 출신 벤처CEO `맹위`

 “시장을 알면 성공이 보인다.”

 유통과 마케팅 출신 벤처CEO들이 최근 잇따라 안정적 매출 확보에 성공하면서 벤처성공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마케팅·유통 경험을 통해 터득한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요처 결정, 마케팅 대상 선정, 신기술을 접목한 수요처 창출 등의 전략 수립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분야도 인터넷·계측기·컴퓨터주변기기 등 벤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래인터넷의 장창섭 사장은 지난해말 인터넷온라인비즈니스사업자들과 이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오프라인사업자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인터넷실시간주문시스템(Internet Realtime Ordering System)이란 솔루션을 개발했다. 전화기에 부착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9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38억원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이 회사는 고객이 온라인사업자에게 주문하면 이 내용을 오프라인사업자의 전화기에 부착된 단말기에 전달해 준다. 오프라인사업자는 인터넷이나 PC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확하게 주문사항을 인식하고 서비스하면 된다. SK마트의 전신인 ampm 출신의 장창섭 사장이 시장을 보는 눈과 인터넷기술을 접목해 비즈니스모델 만들기에 성공한 사례다.

 소음진동측정용 계측기 전문업체인 SV의 주진용 사장은 덴마크의 세계적 계측기업체인 B&K코리아에서 기술영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진동 관련 계측기 회사를 창업, 만족스런 CEO의 길을 걷고 있다. 주 사장은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의 국가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소음진동측정용 계측기 수요처에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 법인을 설립하고 벤처등록을 받았다. 법인전환 첫 해에 35억원이었던 이 분야의 매출은 올해 65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시장에서 이 분야 SW와 HW 개발자의 수요를 정확히 읽어 이를 그대로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말 유닉스용 프린터 모듈을 개발해 HP 본사로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공식개발 협력업체로 선정된 지트코의 이인제 사장도 유통업계 출신의 엔지니어 CEO다. 이 사장은 지난 96년까지 용산에서 유니시스용 메인메모리 관련 유통사업체인 지트를 운영하다가 유니시스용 메모리 등 각종 모듈 개발에 대한 전망을 읽고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28·256MB 메모리 모듈을 처음 국산화했다. 이어 지난해 삼성전자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HP 등에서 필요로 하는 유닉스 모듈을 개발하면서 중기청으로부터 선진기술 유망업체 인증을 받았고 올해엔 지난해의 두배 가량인 4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한결같이 유통을 알고 마케팅방식과 함께 경쟁 외국사의 한국진출방안 형태 및 국내공급 방식에 밝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SV의 주진용 사장은 “전세계 유통망을 훤히 읽고 있고 수요층까지 파악하고 있어 개발방향과 함께 시장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등 기술만 갖고 승부하는 벤처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기술벤처들이 기술뿐만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에 보다 관심을 가지면 훨씬 빨리, 높은 수익을 내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