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지난해말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섰던 IT벤처기업거래소 설립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지난해말 닷컴 활성화 등을 내세운 IT벤처기업거래소 설립 사업계획을 수립·발표했으나 ‘한국기술거래소 M&A사업단 업무와 중복된다’는 여론에 밀려 이를 ‘없었던 일’로 해놨었다. 하지만 정통부는 여전히 벤처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IT 관련 벤처들의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해 △기본DB 구축 △M&A 차액 펀드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통부는 지난해말부터 한달여간 작성된 건국대·기술신용보증기금·KTB·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공동작성한 관련 보고서를 검토중이다. 이는 정통부가 IT벤처기업간 M&A 활성화에 대해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정통부측은 “이달 중 방향이 정해지겠지만 여전히 IT벤처기업거래소 설립 여부 조차도 불투명하며 부처 협의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정통부의 조심성은 “IT벤처거래소 설립이 한국기술거래소 설립 취지와 중복된다”는 거센 여론의 비난으로 홍역을 치른 지난해말의 경험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동안 줄기차게 업무중복을 말해온 한국기술거래소측이 이미 국민창투·한솔창투 등을 선정, 이달말까지 200억원대의 기술사업화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정통부와 기업가치평가협회(회장 김우봉)는 상당히 조심스런 가운데서도 “국내 IT기업의 상당수가 M&A를 위한 기본적인 기업DB도 마련되지 않아 올바른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M&A 차액 펀드 조성에 대한 당위성을 내세우는 배경에 대해서도 “정확한 기업가치평가를 위한 DB만 구축된다면 가능한 얘기”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국기술거래소측은 “이미 지난해말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정책 관계자들과도 IT벤처거래소 설립에 대해 더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며 “굳이 업무중복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성이 없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통부 IT벤처거래소 설립에 찬성하는 모 기관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KTB가 차액 펀드를 담당할 수 있고 정보통신연구원(ETRI)이나 정보통신진흥원 등이 IT기업에 대한 DB 구축 업무를 맡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는 방안까지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정통부 시각이 바뀌지 않는 이유 가운데는 “M&A를 위한 정확한 기업DB 구축이나 펀드 조성을 한국기술거래소가 맡기엔 역부족”이란 시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어쨌든 벤처경영 악화와 수익모델 부재를 M&A로 해결하겠다는 정통부의 아이디어는 연구보고서를 검토하면서도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암중모색기’에 들어간 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정통부가 “기술거래소의 M&A사업단과 다른 IT벤처거래소 설립 필요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인 만큼 사안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결국 이달안으로 정통부 내부의 IT벤처거래소 설립 방침이 어떤 형태로든 당초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IT벤처기업거래소를 설립하지 않고 DB 구축과 차액 펀드 조성을 적절한 기관에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