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부실을 막고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적정한 사업비용을 산정하는 일은 시스템통합(SI)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필수요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지난 89년 제정된 ‘소프트웨어개발비 산정기준’은 이미 정보시스템 구축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사업 대가기준 개선체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전산원의 최종 검토와 조문화를 위한 공청회 과정을 거쳐 올 상반기중 고시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이번 연구 결과가 사업대가 기준 개정을 의한 정부의 최종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가기준 연구는 SW개발, 데이터베이스(DB), 컨설팅분야에 대해 진행됐으며 SW개발대가 산정방식을 기존 스텝수(LoC:Line of Code) 방식에서 기능점수(FP:Function Point)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또한 데이터 양이 늘어나면 비현실적으로 값이 올라가는 현행 DB 대가기준을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가공 난이도 등에 따라 이를 현실화하는 한편 컨설턴트의 등급도 나누는 등 SW사업대가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작업도 진행했다.
특히 기능점수 방식으로의 전환은 프로그램 라인 수만을 계산해 사업비용을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하던 기존의 스텝수 방식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업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기술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사업대가기준 개선안에 대한 SI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과학적인 방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은 기능점수 방식을 당장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를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기능점수 방식이 신뢰성을 얻으려면 다양한 연구·분석을 통해 기능별 점수 책정의 기준을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데 연구팀이 지난해 업체들로부터 수집한 수십여건의 사업 데이터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점수 방식의 기준안을 중소규모 SI사업에 적용했을 때는 기존의 대가기준으로 책정한 가격과 비슷한 가격이 산출되지만 초대형 프로젝트와 같이 복잡한 사업에 이를 적용할 경우에는 산정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기능평가 방식이 자리잡은 외국의 경우에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에 마찰 없이 적용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능점수 방식으로의 전환이 올바른 방향이라면 일단 시작을 한 후 이를 점차 보완해 나가자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용이 힘들다는 지적도 이번에 세분화시킨 각종 보정계수를 활용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 또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산원에 의뢰, 70여건에 이르는 기존 공공사업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고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소프트웨어 사업대가기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대가기준안을 고시해도 대부분의 발주자는 예산책정의 최고한계치로만 생각할 뿐 안정적인 사업진행을 위한 최저치 내지는 적정치로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가로 입찰하는 업체가 사업자 선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현행 평가방식하에서는 정확한 사업대가 기준에 따라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는 대신에 사업을 따내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대가기준 확립을 통해 정보화 사업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결국 공정한 사업대가기준 확립은 평가방식의 개선을 통해 완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정통부도 현재 평가과정에서 20% 이하로 정해진 가격점수 비중을 재경부와의 협의를 거쳐 낮추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기술성평가 항목을 세부적으로 발전시키는 연구를 진행해 SI산업에 걸맞은 평가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SI전문가들은 정부가 누구의 이해관계에도 흔들리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이해당사자 모두가 신뢰를 갖고 이를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