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와 한국커머스넷(대표 안병문)이 주관, 국내 전자상거래(EC) 활성화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던 ‘e커머스클럽’이 2년여의 활동을 마감하고 ‘e비즈니스클럽’이라는 전문가그룹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90년대 말 인터넷이 열어젖뜨린 디지털경제의 화두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해왔다. 이제는 산업전반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통·혁신의 구분도 사라지고 있다. 정보기술(IT)이 기업활동과 국가경제의 기반인프라로 급속히 자리매김하면서 ‘산업’ 자체가 ‘e산업’이다. e비즈니스클럽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e비즈니스클럽은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각계 오피니언 리더를 망라해 소위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e비즈니스의 발전방향을 조망할 계획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업경영 환경에서 시의적절한 주제로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디지털경제의 인식지평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전자신문사는 26일 e비즈니스클럽 첫 토론회를 갖고 전통산업(중소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 추진방향 및 전략’을 주제로 폭넓은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제발표를 맡은 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박사를 비롯, 사회자인 정태명 교수와 전경련 지식경제센터 이승철 소장, 기업정보화지원센타 장석호 본부장, 대한상공회의소 김세호 팀장, 구로공단전산실장협의회 정달진 회장, 인포탈 하학성 이사 등 7명의 각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편집자
주제발표(한국중소기업의 정보화현황과 추진방향)-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박사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 주관으로 국내 1134개 중소기업의 정보화 현황을 심층 분석한 결과 몇 가지 특징적인 현황을 발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선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도입초기단계를 벗어나 업무효율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번째는 정보화 추진을 위한 설비수준과 추진의지는 갖춰져 있지만 추진환경과 활용수준이 미흡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정보화의 발전형태가 ‘필요성 인식 및 추진의지→추진환경조성→설비수준제고→활용 및 효과제고’가 아닌 ‘설비확보→활용 및 효과제고→필요성인식 및 추진의지→추진환경조성’의 경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화추진의지 △정보화추진환경 △정보시스템 및 설비수준 △정보화활용수준 등 크게 4개 부문으로 나눠 총점을 매겨 측정한 결과다.
특히 취약한 것으로 정보화 추진환경의 경우 전문인력 부족이나 정보화 투자의 타당성 의심 등 결국 내부적인 문제점이 큰 요인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이 정보화 전담 인력을 대부분 갖추지 못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정보화 활용 수준에서도 정보시스템의 활용범위가 아직까지는 문서·자료수발송·회계처리 등 개인업무 지원에 치중되고 있고 기업단위 효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PC활용 수준은 높지만 사내 네트워크나 기업간 네트워크 활용도 마찬가지로 저조하다. 이같은 실태를 토대로 시사점을 도출해보면 우선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정보화 의지와 실제 집행간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필요성은 알지만 자금과 인력부족 탓이다. 둘째, 규모별로 정보화 수준에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특히 10인 이하 소규모 기업은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셋째, 대기업과의 탄탄한 협력·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일수록 대기업의 의지가 추진동력으로 작용, 비교적 정보화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넷째, 정보화 활용도가 낮은 것도 교육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밖에도 결제·물류수단이 미흡해 전자상거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추진효과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방향도 중소기업 현장의 정보화 마인드를 지속적으로 제고하는 데 우선적인 역점을 둬야 한다.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우 정보화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고 초고속통신망 등 IT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이 시급하다. 또 자금·인력·기술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지속적인 연구조사를 통해 면밀한 정책방향 수립이 절실하다.
△사회=주제발표를 토대로 중소기업 정보화의 현안과 문제점을 상세히 짚어 봤으면 합니다.
△장석호=기업정보화지원센타의 중소기업 정보화 현상 진단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결국 IT를 매개로 한 수요·공급자간 수준 불균형이며 각자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입니다. 현재 산자부의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을 예로 들어보면 원칙과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법상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IT솔루션의 가격과 수요·공급을 결정할 경우 결국 시장원리를 역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현재의 IT공급업체가 나중에 살아남지 못하게 되면 지속적인 유지·보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현재 보유한 IT설비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지원의 초점이 가야 합니다.
△사회=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 운영자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정달진=정보화가 기업경영에 효과를 보려면 전사적인 공감대와 의견조율, 공동작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내에서조차 해당 업무마다 IT를 바라보는 목적과 시각이 틀린 상황에서 순조로운 추진은 힘듭니다. 또한 실제 전문가도 흔치 않으나 IT솔루션을 도입해 실제 접목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각종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이는 곧 경영자의 회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IT공급사에 대한 불신감은 물론입니다.
△하학성=이런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재돼 왔던 문제입니다. 정책지원 차원에서 보다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기업 내부의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전제로 한 업종별·규모별보다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기업 내부의 해결이 힘들다면 산학협동이나 IT공급사간 제휴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일종의 대안일 것입니다.
△김세호=중소기업의 잦은 이직은 가장 큰 현실적 문제점입니다. 아무리 인력을 교육시키고 적당한 패키지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결국 중소기업 현장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가 큰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IT솔루션 도입비용보다는 현장 실무인력 양성이나 제반 투입비용도 부담입니다. 결국 한단계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실무종사자가 IT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전문인력의 대중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전문인력을 신규 양성해 보급하기보다는 지금의 실무인력을 전문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회=성공사례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경영자의 추진의지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비즈니스 추진효과와 성공사례에 대한 접근방식은 어떠해야 합니까.
△이승철=성공한 기업인의 공통된 특징은 한번씩은 실패의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디지털 신경제의 혼란도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통산업에서의 시행착오에 비해서는 위험성이 훨씬 더 큽니다. 무엇보다 e비즈니스 도입 초기인 만큼 실패·성공사례가 아직은 검증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e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출발한 IT경영혁신의 산물이어서 우리로서는 여전히 생소합니다. 굳이 회사나 기업간 거래관행을 모두 바꾸면서까지 IT솔루션에 목을 매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재로선 실패의 경험을 두려워말고 우리만의 기업환경 특성을 살린 e비즈니스가 대안입니다. 또한 실패나 성공의 경험은 소중한 우리의 지식자산으로 축적해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우선 기업현장에 대한 교육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개별 기업의 정보화 지원보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적극 발휘할 수 있는 수직적·수평적 협업 IT화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달진=정부 지원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동기부여 측면에서 효과가 컸던 만큼 앞으로는 현장에 전문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인력은 물론 IT솔루션이나 e비즈니스 추진방법에 대한 일정 수준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목말라 하는 대목입니다. 중소기업 스스로는 시작부터 거창한 작업보다는 단순한 전자우편이나 그룹웨어부터 제대로 활용해 효과를 확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다양한 활용 아이디어도 소중하다고 봅니다.
△장석호=전통산업의 관점에서는 가치망 전체의 수직적 통합을 통한 비용절감이 경쟁우위 전략이었지만 디지털경제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가 그 대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IT아웃소싱이나 외부업체와의 제휴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정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