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증시 IT가 이끈다>`IT등대` 불 켰다

 정보기술(IT)주들이 올들어 완연한 ‘봄기운’을 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등 하드웨어 관련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IT주가 증시의 주도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IT주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IT주의 상승세은 국내 증시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우선 반도체 관련주는 1, 2월장을 이끌면서 종합주가지수를 크게 올려놓았다. 또 연초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시장도 최근 거래소시장과 ‘갭 메우기’를 시도하며 실적호전 IT주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증시도 IT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들어 IT비중이 높은 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시장은 좀처럼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대만 등 IT주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경기회복에 따른 IT업체의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 등 상대적으로 IT주 비중이 낮은 국가들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IT주의 메카인 미국 나스닥시장의 경우 일부 기업의 회계조작과 실적악화로 올들어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지표들이 크게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달 전세계적으로 연초랠리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하는 와중에도 IT주 비중이 높다는 점 때문에 설연휴를 마친 첫거래에서 종합주가지수가 5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등 상승국면을 이어나갔다. 김영호 대우증권 투자분석가(스트래티지스트)는 “한국은 최근들어 삼성전자 중심의 상승이 완만해지자 그동안 소외됐던 KT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IT주의 비중이 높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왜 IT주인가=증시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를 이끌어갈 주식으로 주저없이 IT주를 꼽는다. IT주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성장의 한계를 드러낸 굴뚝주보다는 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첨단기술주에 ‘입맛’이 당기는 것이다.

 또 증시의 IT종목이 크게 늘어나면서 IT주 중에서도 경기민감주, 경기방어주, 실적주 등 다양한 주도군을 형성한 것도 IT주에 힘을 싣는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IT주에 대한 옥석이 가려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IT주가 최근 2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증시의 대표 주식으로 뿌리를 내렸다”며 “과거에는 높은 성장성이 절대적인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성장성과 함께 수익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도 IT주를 부각시킨다. 한국의 수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육박하며 이 중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 이른다. 경제구조상 IT수출이 살아나지 못하면 한국의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들어 외국인이 한국의 IT주식을 사들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세계 경기회복으로 한국의 수출이 살아나면 IT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펀더멘털 ‘으뜸’=내적으로는 IT업체들의 ‘체질’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닷컴주 버블론’이 제기되자 IT업체들이 성장일변도에서 수익개선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국내 주요 3개 신용평가기관이 발표한 40여개 주요 IT업체의 신용등급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량이 최근 2년 동안 1단계 이상 신용등급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기모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IT업체들이 외형과 함께 내실을 다지면서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출범으로 깎아먹었던 신용등급을 대부분 회복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주요 IT업체들의 신용등급 상승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IT업체들의 체질강화는 곧바로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한 중대형 IT업체들의 주가가 올들어 신고가를 경신하는가 하면, 기업의 재무구조와 사업구조 개선에 역점을 둔 업체들도 부각되고 있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IT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IT업체들이 돋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주인 IT주들이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며 ‘팔방미인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IT주 시장 장악=IT주는 사실상 국내 증시를 장악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에선 삼성전자, SK텔레콤, KT가 이미 블루칩으로 국내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코스닥시장은 IT주의 ‘각축장’으로 발전했다.

 등록업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IT주의 약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IT업체들의 등록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지난 99년 395개 종목이던 코스닥 등록업체수는 2000년 540개, 2001년 702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IT주가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99년에는 전체 시가총액에서 IT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불과했지만 2000년과 2001년에는 각각 37%, 42%로 늘어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가량이 IT주로 채워질 전망이다.

 특히 스타주의 탄생은 증시에서 IT주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닷컴주 열풍으로 인터넷주들이 각광받았고 2000년에는 굴뚝주가 IT주로 옷을 바꿔입는 인수후개발(A&D)주, 2001년에는 성장성이 부각되는 보안주와 엔터테인먼트주가 스타주의 바통을 이어가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IT주의 인기는 애널리스트 조직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증시의 IT종목이 늘어나면서 반도체와 통신서비스에 국한됐던 IT 관련 애널리스트들이 크게 보강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3∼4명에 불과했던 IT전문 애널리스트를 10여명 이상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유명 IT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날로 치솟고 있다. IT주가 증권가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