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증시 IT가 이끈다>나스닥 `분식회계` 의혹 파장

미국의 나스닥시장은 분식회계와 경기회복 사이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엔론사에 이어 IBM 등 일부 대형 IT업체들도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면서 주가가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나스닥시장이 최근들어 분식회계 악재를 딛고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힘겨운 모습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한 미국의 기업들이 공공연하게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을 속여왔다”는 소식은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IBM과 같은 IT업체들의 분식회계 의혹은 국내 IT업체들의 실적회복 기대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국인들이 분식회계의 악재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도 함께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지난 4분기 실적발표 때 3억달러에 달하는 광통신장비 부문의 매각대금을 특별이익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BM이 광통신장비 부문을 JDS유니페이스에 매각한 뒤 이를 특별이익으로 처리하지 않고 영업비용을 낮추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분식회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MS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이익을 줄이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는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의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IT업체들의 분식회계 때문에 경기회복 기대감이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빌리어퍼포먼스펀드의 루이스 나빌리어 애널리스트는 “부실회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지속적인 랠리를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 나스닥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분식회계의 악재를 딛고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시장의 상승은 외국인의 투자를 유발시켜 국내 IT주의 상승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미국의 주식시장에는 몇가지 호재성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달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가 37명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참가자의 60%가 미국이 경기후퇴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또 1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 대비 0.6% 상승하며 시장의 예측치(0.5%)를 뛰어넘었다. 12월 무역수지 적자도 예상치(285억달러)보다 적은 253억달러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가 상승하다 다시 하강할 것이라는 더블딥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문제는 IT업체들의 실적개선이다. 미국의 IT업체들은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개선에 대한 징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IT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뱅크오브어메리카증권은 최근 “지난 1월부터 반도체 공급이 다시 늘어나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텔의 올해 주당이익을 69센트에서 65센트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비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미국의 IT업체들이 실적개선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않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실적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기업 부실회계 문제로 기업들이 실적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분식회계의 악재를 딛고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반영시키며 상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