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는 주식시장에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등대와도 같다. 기업분석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발행되는 데일리를 통해, 또는 신문이나 방송같은 미디어를 통해 투자방향을 알려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IT 증시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투자자들 대부분이 IT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기술에 대처하기 어렵고 숱한 기업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또 분석 툴을 갖추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IT애널리스트의 가치는 빛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IT애널리스트를 10명내외로 두고 전문적으로 기업분석을 하고 있을 정도다. IT산업 역시 업종 구분이 많아 앞으로 IT 애널리스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분야도 세분화돼 보다 전문적인 분석 보고서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투자종목 선택못지 않게 애널리스트를 선별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의 몫으로 남게됐다. 어느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따르느냐가 투자수익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을 통해 투자의 진로를 안내해주는 일과 함께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한번의 제시의견 오류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자신의 입지에도 치명적인 오류를 남긴다. 유달리 자리바뀜이 많은 것도 ‘연봉’이라는 프로의식 외에 과도한 중압감이 한 몫한다.
◇반도체분야 애널리스트가 가장 많아=IT주가의 선행업종으로 불리는 반도체에는 고참급들이 포진하고 있다. 산업의 규모도 규모려니와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판급 애널리스트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분야가 반도체 업종이다. 국내 메이저급 증권사 14개사의 애널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반도체부문에만 18명의 애널리스트가 산업 및 기업분석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의 하이닉스반도체 메모리사업부문 인수와 관련해 각종 보고서와 전망을 쏟아낸 것도 사실 애널리스트들이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인 만큼 각자 분석한 결과를 쏟아내 투자의 여러가지 변수를 제공했다. 이제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반도체산업의 한 부분으로 작용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반도체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 지난 86년부터 대우증권에 입사해 줄곧 IT분야만 전문적으로 분석해온 베테랑이다. 현재 리서치 헤드로서 IT종목 업무를 총괄하면서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IT업계 전문가 못지않게 전문지식을 자랑할만한 수준이다. 이에 맞서는 신진으로는 삼성증권의 임홍빈, 현대증권 우동제, SK증권 전우종, 교보증권 김영준, 메리츠증권 최석포 등을 꼽을 수 있다.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이 가운데는 반도체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현업전문가들도 있다.
통신서비스 분야에서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활약중이다. 통신서비스업종의 경우 굵직한 대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주가예측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최근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지분과 관련해 핫이슈가 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졌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대표 애널리스트로는 LG투자증권의 정승교를 비롯해 동원경제연구소의 양종인, 굿모닝증권 반영원, 한화증권 진영완, 삼성증권 장성민 등이다.
◇분석업체 수 SW·통신장비가 으뜸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 적지않은 애널리스트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가 코스닥등록업체 가운데 가장 많아 일부 업체는 분석대상에서 아예 제외될 정도다. 현재 삼성증권의 박재석과 대우증권 조점호 등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활동중인 대표 애널리스트다.
통신장비분야도 소프트웨어 못지않은 업체 수를 자랑하고 있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없지만 앞으로 유망한 IT분야로 각 증권사마다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삼성증권 오세욱, 대우증권 허성일, 교보증권 이성수 애널리스트 등이 활동하고 있다. 반도체경기와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장비·재료도 IT분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증권 박현, 한화증권 유승진, 대신증권 김문국 등이 이 분야에서 맹활약중이다.
IT붐을 이끈 주도업종을 꼽으라면 인터넷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인터넷은 초기 IT산업의 중심축으로 군림해 왔으나 최근 저변이 확대되면서 영역구분이 모호해진 분야이기도 하다. 통신과 인터넷, 방송과 인터넷, 엔터테인먼트와 인터넷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분야에서는 굿모닝증권 허도행 애널리스트가 활약중이며 인터넷과 접목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LG투자증권 이왕상, 삼성증권 강성빈 등이 담당하고 있다.
기초체력이 중요하듯 IT산업을 굳건하게 받쳐주는 것은 부품산업과 일반전자 분야. 한때 ‘굴뚝산업’이라고 해 성장성에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으나 ‘인터넷 거품론’이 제기된 이후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 디지털로 급속한 전환 이후 디지털가전이나 디지털기기에 소요되는 부품의 경우 역시 새롭게 부상하는 IT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업부품 분야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로는 LG투자증권 구희진, 대신증권 김동일, 대우증권 배승철 등이 있으며 일반전자 분야는 굿모닝증권 남권오, 대우증권 허성일 등이 분석활동에 열중이다. 이밖에 컴퓨터산업분야에서는 LG투자증권 박강호, 대우증권 김태홍 애널리스트가 활약중이다.
◇그들만의 애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애널리스트들이라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액연봉자가 즐비하고 지식계층으로 인정받는 것 만큼 이에 상응하는 고달픔도 뒤따른다. 기업분석을 하기 위해 접근한 회사가 마냥 우호적이지도 않다.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기업분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며 “비협조적인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 외압까지 들어와 심적 고통이 말로 형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의 주 업무가 주가예측인 만큼 만약 틀릴 경우 업계에 발붙이기조차 힘든 것이 보통”이라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같이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고충을 들려주기도 한다.
따라서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은 자료에서부터 모든 정보수집에 이르기까지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고 있다. 남보다 뛰어나야 실력을 인정받고 보다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의 세계는 실력이 곧 가치로 나타나는 냉엄한 시장이다. 그래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증시를 전장터라 하고 자신들을 전사에 비유한다. 한방의 총탄에 상대의 기선을 제압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한번 잘못 예측하면 다시는 그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이 증시의 속성”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지않으면 애널리스트가 아니라고까지 잘라 말한다. 스트레스를 즐겨야만 이 직업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전 부장의 생각이다. 비단 전부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이 빠쁜 일과를 즐기고 자신의 예측에 모험을 걸고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