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정보기술(IT)업종 대표주들이 부각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 업종내에서 시장점유율 등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표주들의 실적이 먼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3년에 걸쳐 IT주의 옥석 가리기 진행에 따른 종목 및 업종간 주가차별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업종대표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들어 경기회복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엔씨소프트·휴맥스 등 업종대표주들의 상승이 시장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종전에는 IT주가 상승분위기를 타면 특정 업종이나 테마를 중심으로 관련종목이 일제히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우량주와 비우량주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데다 지난해 관망세로 일관했던 기관들까지 올들어 시장참여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우량 IT주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이머징마켓) 중 펀더멘털의 개선을 보이는 한국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기관들도 올해 경기회복으로 지난해 매도세에서 벗어나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삼성전자 등 특정 우량 IT종목은 매물공백마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IT업종 대표주=그렇다면 IT업종 대표주는 어떤 종목일까. 본지 증권팀은 4일 국내 주요 증권사 IT담당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통신서비스, 통신장비,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통합(SI) 및 네트워크통합(NI), 엔터테인먼트,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전자부품, 전자기기 등 9개 업종별 3대 대표주식을 선정했다.
통신서비스는 SK텔레콤·KT·KTF가 선정됐으며 통신장비는 팬택·영우통신·세원텔레콤이 꼽혔다. 삼보컴퓨터·신도리코·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컴퓨터 하드웨어 대표주식으로, 안철수연구소·정소프트·더존디지털웨어는 소프트웨어 업종대표주로 선정됐다. SI 및 NI는 포스데이타·신세계I&C·에스넷시스템이 대표주로 부각됐고 엔터테인먼트업종에서는 LG홈쇼핑·엔씨소프트·한빛소프트가 올라왔다.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에는 오성엘에스티·피에스케이테크·테크노세미켐이, 전자부품에는 삼성전기·대덕전자·자화전자가 뽑혔다. 전자기기는 LG전자·휴맥스·아이디스가 선정됐다.
하지만 업종별로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통신서비스는 지난해 큰폭의 실적개선과 업체별 순위에 따라 손쉽게 업종대표주가 선정됐지만 통신장비와 하드웨어는 애널리스트에 따라 선정업체가 크게 달랐다. 나머지 업종들은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선정됐지만 1∼2개 업체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분야도 적지 않았다.
◇실적과 시장점유율 중시=이번 업종별 대표주 선정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은 크게 실적과 시장점유율을 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종인(통신서비스)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업체별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성장성 측면을 고려해 통신서비스 대표주식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KT와 KTF를 유망한 주식으로 선정했다.
유재우(엔터테인먼트) KGI증권 연구원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인지도가 높다”며 “외국인들도 엔터테인먼트업체 중 엔씨소프트 등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업체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및 재료는 실적회복이 키워드로 제시됐다. 유승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업체는 올해 반도체 경기회복으로 가파른 실적개선을 보이는 곳이 업종대표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까지 뚜렷한 업황개선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업종은 수출주를 중심으로 선정됐다. 허서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IT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시장에서 나름대로 실적을 보이는 업체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최고 IT주 선정=삼성증권 등 14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는 하나같이 최고의 IT주식으로 삼성전자를 선정했다. 반도체 등 주력제품의 세계적 경쟁력과 반도체 경기회복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주식시장을 이끌어 갈 대표주식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통신장비, 디지털가전 등을 주력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도 거래소 시가총액의 18%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식”이라고 말했다.
조용백 대신경제연구소 이사는 “반도체 경기회복은 곧 국내 IT경기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IT주를 대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부장은 “삼성전자는 세계 주요 IT업체들에 비해 현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하상주 대우증권 이사는 휴맥스를 최고 IT주식으로 선정, 눈길을 끌었다. 하 이사는 휴맥스에 대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