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디스 인수할까

 SK의 하이디스(옛 하이닉스반도체 TFTLCD부문) 인수 가능성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SK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당장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나 디스플레이사업 진출을 모색중인 SK와, 새로운 매각선을 찾고 있는 하이디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인수하면 좋은가=SK는 차세대 수종사업 육성 차원에서 유기EL사업 진출을 추진중이다. 본지 2001년 9월 21일자 참조 

 SK는 27일 공시를 통해 영상표시장치를 2차전지·에너지 등과 함께 사업목적에 추가, 이러한 의욕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하지만 SK는 신규투자에만 1조원 이상 들어가는 투자부담 때문에 정작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디스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하이디스는 유기EL사업에 필수인 박막트랜지스터(TFT)에 대한 기술과 설비, 인력을 두루 갖췄다. 

 SK가 하이디스를 인수한다면 애초 투자비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기초기술은 물론 인력과 설비 등의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만의 컬러필터업체인 캔두의 컨소시엄에 4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한 하이디스가 자유로운 신분이 됐다. 하이디스의 매각주체인 하이닉스는 캔두측이 납입을 계속 지연하자 최근 배타적 협상권을 박탈했다.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인수선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SK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높은 셈이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캔두에 매각하기 전 SK의 한 계열사에 하이디스의 매각의사를 타진한 바 있어 다시 추진될 여지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했다. 

 ◇현실적인 걸림돌=SK의 한 관계자는 “관계사가 검토한 결과 하이디스를 인수하면 20∼30% 정도만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들었다”면서 일단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보다도 SK가 아직 유기EL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로 분석됐다. SK는 애초 이달중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신규투자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신중함으로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사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돼 사업확정은 한두달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의 상승으로 하이디스의 가치가 높아진 것도 SK의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이디스 문제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애써 성사시킨 매각이 수포로 돌아가는 데 따른 부담도 크다. 

 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캔두와의 매각계약을 파기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를 무기한 연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SK에 한번 인수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경험도 일부 작용한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의 한 관계자는 “SK에 인수를 제안할 계획은 당장 없으나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끝나면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작 애가 타는 것은 하이디스다. 하이디스는 인수능력도 없으며 인수한다 해도 제대로 꾸려나갈 능력도 없어 보이는 캔두로의 매각이 여간 탐탁치 않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대안을 찾고 있으며 특히 국내 업체로의 매각이 좋은 해결책이라고 본다.

 하이디스의 한 관계자는 “헐값매각 시비가 이는 상황에서 SK와 같이 자금력도 있고 운영능력도 있는 국내 업체로 매각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하이디스는 매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어서 SK와 하이닉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