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주가가 최근 일반 기업들의 민영화 지분참여 기대감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T는 27일 “KT의 경영권을 노리는 기업들이 정부의 지분매각(28.4%)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날보다 1200원(2.18%) 오른 5만6200원으로 마감됐다. KT 주가는 최근 6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일반기업들의 KT지분 확보는 KT의 경영권 참여를 통해 재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모아왔다. KT는 매출액 12조원(자회사인 KTF를 포함할 경우 17조원)의 거대기업으로 국내 통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양종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반 기업들로선 이번이 KT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대기업간 KT 지분확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지분매각때 KT의 동일인 지분한도가 5%에서 15%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기업들의 KT 지분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KT의 경영권 확보가 재계에 몰고올 파장을 고려할 때 그룹들이 이미 득실을 계산하며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기업이나 그룹이 KT지분 확보를 추진할 경우 나머지 기업도 경쟁적으로 지분매입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경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T의 지분매각에서 15%까지의 매입한도를 놓고 재벌그룹간 지분경쟁이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컨소시엄 형태로 KT의 지분을 획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KT의 지분매입에 나설 수 있을까. KT의 동일인 지분한도인 15%를 확보하기 위해선 5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당장 5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증권가에선 자금여력과 사업상 시너지를 고려할 때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이 KT 지분확보에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삼성그룹이 지분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LG그룹과 SK그룹이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LG그룹과 SK그룹은 이미 통신서비스사를 보유하고 있어 KT의 1대 주주로 ‘등극’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아직 통신서비스업체를 소유하지 않아 적극적으로 KT의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업들이 KT 지분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KT가 ‘경영과 소유의 분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KT의 최대주주인 정부도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KT 지분참여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참여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지분확보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T와 정부는 다음달초 KT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