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네임을 재등록하지 못해 권리를 놓쳐 버리는 이른바 ‘낙장도메인’에 대한 사후관리가 허술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com’ ‘.net’ ‘.org’ 등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의 경우 도메인 보유권자가 재등록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등록 일정을 몰라 권리를 놓치는 사례가 빈발, 국가 자산인 ‘좋은’ 도메인이 외국에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비즈니스가 위축되고 도메인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도메인 소유자의 부주의나 도메인 등록대행 및 리셀러들의 사후관리 소홀로 사용자의 의지에 상관없이 버려지는 낙장도메인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기존 도메인 소유권자의 재등록률은 국가도메인(ccTLD)인 ‘.kr’의 경우 55%를 약간 넘는 수준이며 ‘.com’ 등 gTLD의 경우 50%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적지 않은 낙장도메인이 양산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관리소홀로 사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폐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업 목적으로 도메인을 선점하는 이른바 ‘스쿼터’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신규 도메인 대신 낙장도메인을 주공략 표적으로 삼아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점. 여기에 일부 도메인 등록대행 및 리셀러들까지 가세해 낙장도메인 선점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메인 등록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돈 몇만원에 불과한 유지수수료 납부기일을 잊어버리거나 간과해 잘 운영하던 사이트가 단번에 사라져 낭패를 보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며 “낙장이 많은 날엔 스쿼터들의 접속이 폭주해 일시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마비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도메인 등록 만기일을 잊어버려 통상적인 사용종료일 전후에 유지수수료 청구메일이나 지로용지를 제때에 챙기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지만, 도메인 등록 및 유지 관리를 대행하는 등록기관(레지스트리), 대행기관(레지스트라), 재판매업체(리셀러)들의 사후 서비스가 취약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도메인업계 관계자들은 “도메인은 공공재이자 국가자산이란 점에서 삭제 및 낙장을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의 수시납부제 도입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메인 소유권자 스스로 순간적인 부주의로 권리를 잃지 않도록 만기일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은 소유자의 부주의로 삭제되는 도메인이 타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전 소유자에게 한달 정도의 재등록 기회를 부여하는 ‘등록유예기간(Grace Period)’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다음달 가나에서 열리는 ICANN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