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2월 조찬 토론내용

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들의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 2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전자신문 주관으로 26일 오전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열렸다.

 각계 약 30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이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과제’를,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이 ‘문화콘텐츠산업 진흥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주제발표 이후 열린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 기준을 비롯해 콘텐츠 해외 마케팅, 디지털콘텐츠 발전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등의 문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렸다. 

◇이충화(일렉트로피아 사장)=문화콘텐츠 산업이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의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인력을 육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조선산업에서 세계 수위라지만, 이는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산업에서도 전략적인 포지션과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주제발표 중 문화콘텐츠의 해외 마케팅을 종합상사들이 지원하는게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보다는 콘텐츠를 전문으로 수출하는 회사를 설립해서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 이를 적극 활용토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장인경(마리텔레콤 사장)=인프라는 산업구조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된다. 특히 콘텐츠의 경우 기술만 가지고 해외에 나가면 안된다. 해외에 수출하는 콘텐츠에는 현지인들의 삶이 함께 녹아있어야 한다. 또한 콘텐츠라고 하면 애니메이션·게임 등을 얘기 하지만, 교통 표지판도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이를 제대로 하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즉 국가간 문화코드가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외국과는 문화차이가 있다. 문화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서진구(코인텍 사장)=문화콘텐츠를 단순한 콘텐츠 자체만 개발하는 것으로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콘텐츠 자체로는 광석과 같아서 제련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콘텐츠가 하드웨어가 아닌 모든상품 즉,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는 광의적 콘텐츠로서의 정의로 생각하면, 이 분야가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구조를 대체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할 때, 국가의 모든 인프라 즉, 법·제도·정책·교육 등 전분야에 걸쳐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콘텐츠를 배우는 학생들이 법과대생보다 우수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한다.

 ◇양유석(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문화콘텐츠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국이 모두 이 분야를 해외지향적으로 육성한다면, 실제로 우리나라가 가지게 되는 점유율이 수출지향적 산업으로 국가에서 육성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콘텐츠는 언어·종교·관습·가치관 같은 문화국경에 의해 매우 제한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구촌화 되어가는 시대에는 공통적인 문화가치가 존재하므로 우리나라는 우선 국수주의적인 인력보다는 세계화·다양화 시대에 부응하는 세계주의적인 열린 가치관을 가진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시장 지향적인 문화산업 육성의 의미가 있다. 즉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현재 정부나 투자자들이 문화콘텐츠의 산업화라는 키워드로 주로 상업성이 높고 투자가치가 높은 콘텐츠 분야를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콘텐츠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다양성이 중요하다. 한 때 얼터너티브 문화가 그 다음 세대의 주력 문화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 문화라고 본다. 영화계에서 얘기하는 풍요속의 빈곤이 콘텐츠 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건강한 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은 주류 문화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꾀하는 창의적 환경제공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IT정보센터장)=10년 후에 문화콘텐츠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국가주력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화 기본전략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 최강의 정보화 인프라와 연계된 디지털 콘텐츠 산업 종합전략이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돼야 한다. 동시에 정통부의 디지털콘텐츠 산업, 문화부의 문화콘텐츠 산업, 그리고 산자부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 등에서 보듯 부처간 정책의 일관성 확보 및 정책 주도권의 문제도 조기에 조율돼야 할 문제다.

 ◇장세탁(BnC글로벌 회장)=게임산업의 경우 해외에 많은 대형 배급사들이 버티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업체들이 세계의 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외국업체들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대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해서 이와 접목시켜 나가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또 중국과 동아시아와 같은 거대시장을 겨냥해 국내에서 거대 메이저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시장과 제품별로 마케팅 전략이 모두 다르므로 전문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콘텐츠에 대한 투자시 1, 2곳에 국한하지 말고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투자자들로 하여금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호응을 얻을 것이다. 이와 함께 영화에 대해서는 스크린쿼터를 풀어주더라도 애니메이션 분야에는 본격 적용해 어느 정도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고 시장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영일(시스윌 회장)=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에 있어서 민간에서 해야 할 일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민간에 대해서는 제도적·법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분리하고,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 표준화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전문인력의 경우엔 교육부 외에 기업 자체적으로도 양성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콘텐츠 사업이 해외시장에 나가서 경쟁해 이기려면 차별성이 있어야 할 텐데, 우리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인지 찾아봐야 한다.

 ◇유병배(솔루션마트 부사장)=최근 청주에 문화산업지원센터가 문을 여는 등 전국 각 지역에서 문화산업 지원 기관들이 잇달아 설립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육성계획을 갖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도 지방의 문화산업지원 기관들과 연계해 프로모션을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지자체들과 연계할 계획이 있는지와 그 방법이 뭔지 궁금하다.

 ◇송민정(KT 연구개발본부 선임연구원)=‘주관적 문화의 객체화’를 주장하고 싶다.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해 우리의 콘텐츠가 글로벌화하는데 장애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첫번째 장애는 언어다. 그 다음은 문화간 격차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콘텐츠와 로컬 콘텐츠는 서로 병행해 발전해야 한다. 로컬 콘텐츠의 해외용 상품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두번째는 콘텐츠 상품의 포장과 마케팅이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자금 능력과 마케팅 능력, 제작 능력을 모두 동시에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어떤 사업자는 콘텐츠만 좋으면 그만이라며 투자조합에 얼굴을 내밀고 투자를 요망한다. 투자조합에서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사업성 및 마케팅 능력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매겨야 할 것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과 무한기술투자에서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자를 할 것인가.

 ◇서병문(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몇가지 질문에 답하겠다. 첫째 대기업들도 콘텐츠 시장에 참여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본인이 과거 근무했던 삼성영상사업단은 한때 인력이 700명에 달했다. 그만한 인력을 양성한 것은 의미가 있다. 또 대기업이 콘텐츠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삼성영상사업단에서는 직접 사업을 하는 대신에 아웃소싱으로 해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협조 체제로 가는게 필요하다. 둘째, 최근 중국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거꾸로 중국의 콘텐츠가 한국에도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는 양방향으로 서로 교류가 지속돼야 오래갈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과 문화가 상호 교류돼야 우리나라의 문화와 기술력도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끝으로 투자 문제의 경우,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사에 있어서 이익이 발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어떻게 하면 투자가 활성화 되도록 하는가가 중요하다. 오늘 모임에서 제기된 지적과 건의내용을 앞으로 진흥원 사업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

 ◇이인규(무한기술투자 사장·문화콘텐츠 투자기관협의회장)=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마케팅하고 수익을 낼 것이냐가 핵심이다. 기업 관계자들에 어떻게 제품을 팔고 수익을 올릴 것인지를 물으면,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정말 우수하다는 말만 강조한다. 대답이 안 맞는 경우다. 앞으로 ‘어떻게 마케팅하겠느냐’를 철저하게 투자의 가장 핵심기준으로 삼겠다. 둘째, 문화콘텐츠 산업을 21세기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후배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러면 좋겠으나 전략적으로 과연 타당한 가를 살펴봐야 한다. 즉 좀 더 글로벌한 관점에서 문화콘텐츠를 다 잘해야 하는지, 아니면 대표 상품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유승화(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21세기 문화콘텐츠 산업은 지식기반 산업의 핵심분야이며 성장시켜야 한다는 원론에 모두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각론으로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추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들에 비해 뒤떨어져 있고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 없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예전과 달리 이미 몇몇 분야는 가능성을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을 선정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

 ◇정태명(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터넷에서 유통하는 기술이 종합적으로 결합돼야 하므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법 역시 혁신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아직은 초기 단계이므로 ‘누가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무조건적인 전문인력 양성보다는 관련분야의 전문가를 전문인력 교육을 위한 강사로 먼저 교육시키는 방안을 택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디지털 콘텐츠 육성정책이 근시안적이 아니길 바란다. 5년 또는 그 이후의 콘텐츠를 위한 장기적인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재구(아이쓰리 컨설팅 사업본부장)=고부가가치의 문화콘텐츠 산업육성을 위해 미국의 스필버그와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사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창작인력 즉, 고급 우수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 콘텐츠는 기술이 아니다. 현재 정보통신부나 대기업, 대학, 전문교육 기관을 통해 기초인력은 현재 어느정도 양성됐고 또 앞으로 많이 배출될 것이다. 문제는 막강한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끌어올리고 선도할 수 있는 소위 디렉터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끼(재능)를 타고난 극소수 인력의 발굴과 초기단계부터의 집중적인 인재양성이 병행돼야 한다. 창의력 있는 고급 우수인력 육성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할 때다.

 ◇박재홍(아이엠넷피아 사장)=문화기술(CT)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IT동향을 보면 다양한 터미널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터미널들도 CT의 좋은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CT의 활성화 방안 중 하나의 요소로 고려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CT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관에서는 IT와 CT의 전략적인 협력 전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투자기관도 이런 가교역할을 하는 기술 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