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에서 처음 아이보란 로봇개를 선보였을 때 전세계가 주목했다. 실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고 악수를 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보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던 로봇이 더 이상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앞의 현실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김종환 교수는 한전KDN의 사외보인 ‘ITzine’을 통해 이같은 로봇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하는 한편 로봇산업 육성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99년 독일 지멘스 로크매너연구소의 보고서는 ‘21세기는 로봇시대’라고 단언한다. 핀란드의 VTT연구소 자료 역시 미래의 자동화 기술은 이동기술(Mobile Navigation)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일본 로봇공업회 역시 금세기 내에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의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연구소는 99년 ‘로봇산업 예측자료’에서 로봇시장이 매년 18%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0년에는 1조40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때면 로봇이 본격적으로 보급돼 1가구 1로봇 시대를 맞게 된다고 한다.
선진국의 이러한 로봇산업에 대한 예견과 보고는 21세기 주력산업의 변화추이가 90년대부터 시작된 IT산업에서 바이오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 두 분야는 로봇이라는 첨단기술 결정체를 만나 거대한 복합산업을 꽃피우게 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새로운 산업으로의 로봇에 대한 이해가 낮다. 로봇의 가치와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로봇이라고 하면 산업용 로봇 정도가 경제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고 우리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의 존재는 공상과학영화의 소재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간혹 TV에서 일본에서 발표한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보면 역시 일본은 대단하다라는 찬사와 함께 공허한 박수만 보낸다.
하지만 이런 염려와는 달리 2000년 4월에 발행된 ‘99년도 유럽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로봇산업이 상위권에 속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99년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생산규모는 세계 4위, 로봇 사용대수 역시 세계 4위로 인구당 로봇 밀도가 세계 2위로 조사됐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우리 국민에게는 상당히 생소할 것이나 우리나라가 분명 세계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해 준다. 물론 지금까지는 산업용 로봇의 비중이 대부분이었으나 보다 부가가치가 큰 지능형 로봇 산업으로의 전이가 시급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산업 진흥책에서 RT산업이 포함돼 있고 대전·충청권에 IT산업과 BT산업을 묶어 RT산업과 함께 집약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IT산업과 BT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인공생명체를 구현하는 지능 로봇산업은 더욱 복합적으로 산업간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우리 국가산업의 발전은 IT나 BT산업 중심의 특수화가 아닌 이 두 개 산업을 망라하는 RT산업과 함께 그 성장의 교두보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덕밸리에 국가 산업의 가장 중심부적인 가치를 지니는 IT·BT산업과 함께 지능화 로봇사업이 자리잡은 만큼 그 시너지 효과는 최대한 살리고 21세기 주력 산업으로서의 RT산업에 투자와 관심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외 유명 연구소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미래의 국가경제는 로봇 산업에서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삶의 방식과 문화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지능 로봇산업은 21세기를 이끄는 중대한 패러다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