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시장에 상장했던 국내 IT업체의 잇따른 주가하락은 나스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주가부양 효과만을 생각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내 IT시장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특히 나스닥시장은 현재의 실적보다는 향후 성장성을 중요시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력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또 나스닥시장은 진입이 쉬워 많은 기업이 눈독 들이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퇴출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그렇다면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먼저 코스닥등록과 나스닥상장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장요건=외형적 요건만 보면 국내 코스닥 등록 요건이 나스닥에 비해 더 까다롭다. 국내에서 요구하는 외형적 요건은 부채비율, 자본 잠식상태 등 기업의 수익성과 관련한 요건이 들어 있다. 결국 회사가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올라 있어야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류심사=나스닥에서 서류를 심사하는 기준은 얼마나 사실을 사실대로 충분
히 공지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 내용을 충분히 공지한다면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은 없다.
국내에선 서류 심사시 회사의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닥 제출서류를 보면 손익계산서 전망자료가 있는데 이것이 좋지 않게 나오면 서류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반면 나스닥에서는 미래 예측, 전망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모과정=국내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공모하지만 나스닥에서는 로드쇼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내용을 설명하면서 투자를 권유한다. 이에 따라 주로 기관 투자가들이 공모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공모전 회사에서 주식공모를 위한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지만 나스닥에서는 상장을 전후해 회사의 홍보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상장이 유보될 수 있다.
◇가격결정=국내에서는 가격결정시 정해진 기준에 따라서 해야 하며 공모전에 가격을 결정(수요예측)하고 공모에 들어간다. 이에 반해 나스닥에서는 공모 최종 마감일(나스닥시장 상장 전일)의 주식시장 동향과 주문 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한다.
◇상장수량=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의 증시에선 공개회사가 발행한 모든 주식이 상장, 거래되지만 나스닥에서는 상장등록된 해당주식만 거래되는 소위 부분상장 시스템이다. 따라서 추가로 주식을 시장에서 유통시키려면 그 때마다 등록을 해야 한다.
이러한 등록절차상의 차이점뿐만이 아니라 나스닥시장은 코스닥시장보다 상장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등 불리한 점이 많이 내포돼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기밀의 노출=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는 상장 기업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항목을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기업기밀을 밝혀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기밀유지를 전제로 하겠지만 완벽하게 지켜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법적 책임=SEC 유가증권 신고서상에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경우 소송 당할 위험이 높다. 또한 경영진들은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의사결정시 충분한 검토를 했다는 기록을 남겨둬야 하며 임원 배상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상장 후 유지비용=기업 상장 후 투자자와의 의사소통, 즉 IR를 위한 전담인력을 둬야 하며 현지 법률고문, 현지 홍보대행사를 고용, 운용해야 하므로 국내 상장보다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