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분자설계 및 합성연구센터에 참여하고 있는 유찬모 교수(성균관대학교 화학과) 연구팀은 피란(Pyran) 화합물의 다양한 광학이성질체(chirality) 가운데 하나만 선택적으로 합성하기 위한 촉매인 ‘바이놀-티타늄 착물(BONOL-Ti complex)’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피란 화합물은 6각형의 벤젠고리를 이루는 탄소 6개 가운데 1개가 산소로 바뀐 구조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화합물로 천연 항암제·항진균제 등에 포함돼 있다. 피란 화합물의 효용성이 부각되면서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위한 연구가 학계에서 진행돼왔으나 피란 화합물의 광학이성질체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어려움이 있었다.
광학이성질체는 같은 화합물이라도 단백질과 반응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고, 특정 광학이성질체가 약인 반면 다른 광학이성질체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약물질로 쓰려면 특정 이성질체만을 골라 써야 한다.
개발된 촉매는 정해진 3차원적 구조 때문에 피란 화합물 가운데 원하는 형태의 광학이성질체를 골라낼 수 있으며 피란 화합물 합성단계를 종래의 10∼50단계에서 2단계로 줄여 화학반응에 쓰이는 촉매의 양이나 반응시간을 기존 방법의 10%로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유찬모 교수는 “광학이성질체 분야는 천연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인공적으로 대량합성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최근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성과를 통해 비대칭 분자 설계 등 기초과학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 국내 신약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