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스톰 경영지원실 이인규 대리
사장님과의 첫 대면은 지난해 이맘때쯤, 디자인스톰의 식구가 되기 위해 회사를 찾았을 때다. 회사 입장에선 당연히 면접에서 ‘이 사람이 과연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가’를 면밀히 살폈겠지만, 당시 나는 속으로 ‘어, 여성이 사장이네’라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는 e비즈니스 솔루션을 하는 업체라서 여성 웹디자이너들이 특히 많다. 이 때문에 이전 직장인 금융권에서 남자들과 주로 일해온 나에게 다소 낯선 풍경이었다.
처음 사장님과 일을 같이 하게 되면서 느낀 점은 여성이라서 그런지 ‘까다로운 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소하게 넘길 법한 일도 꼼꼼히 따져보고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고 나서 의사결정을 내리니 그 과정에서 실무자인 나로서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또 남자 상사라면 친해지기 위해서나 혹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 한 잔 하면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여성 사장님에게는 이것이 조금 어렵다. 그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화제 선택도 조심스럽다. 이런 점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는 남자직원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애로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 특성상 오히려 섬세하고 감성적인 여성이 CEO로서 더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은 사장님이 직원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장님은 군대식의 절대적 상하관계를 만들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과 대화하며, 직장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제2의 직장으로, 그리고 자유롭고 편안한 자아실현의 장으로 여기도록 배려하고 있다. 대표이사로서의 권위나 위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원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순전히 여성을 보스로 두었기 때문에 얻는 ‘보너스’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