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경의 독서일기>

 *쾌락의 옹호 -이왕주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살아간다는 것은 타고난 윤곽을 재료삼아 자기의 진짜 얼굴을 만들어가는 길고 지난한 조탁의 과정이다. 결국 각자는 살아간 만큼씩의 얼굴을 남기고 떠난다. 그러니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정직한 유언은 가령 이런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살면서 만들어낸 얼굴이니 그것의 미추, 성속은 그대들이 판단하라. ‘사십이 넘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순진한 발언이다. 인간은 이십대 아니 심지어 십대에서부터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

 메모: ‘거울보기’는 무심코 행하는 일상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을 만큼 자기 자신이 너무 싫은 이들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마저 외면하겠지만, 대다수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듯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본다. 차창 또는 쇼윈도에 흘끔흘끔 자신을 비쳐보기도 하고, 상대방의 동공 속에서 자신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거울보기를 통해 우리가 찾고 있는 것, 읽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늘어난 주름이나 새치, 기미나 주근깨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새 세파에 닳아버린 조금은 뻔뻔스럽고 굳은 표정, 은근히 권위와 허세의 옷을 입고 있는 알량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얼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세월의 편린들. 순간순간 느꼈던 환희와 슬픔, 은밀히 감추고 싶은 생의 그늘과 부끄러움의 흔적을 보면서 때론 스스로에게도 너무나 낯설게 변해버린 ‘또다른 나’, 결코 원치 않았던 자신의 모습 때문에 막막하고 우울해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은 있게 마련이다.

 우리 각자의 얼굴이야말로 자신이 10년, 20년 살아온 역사며 오직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라면 오늘 다시금 거울을 보자. 그리하여 각자의 얼굴에 얹혀져 있는 삶의 더께를 걷어내고 진정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자신만의 진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우리에게 남은 생이 있다면 우리의 얼굴을 만들어 가기엔 아직도 늦지 않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