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답변 왜 미루나

 마이크론의 침묵에 하이닉스 채권단이 끙끙 앓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수정제안을 마이크론측에 보낸 지 나흘째를 맞았으나 정작 마이크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채권단의 속을 타게 만들고 있다.

마이크론의 묵묵부답에 대해 “수정안 검토와 내부 이견 조율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나 일부에선 “고의로 지연시켜 채권단을 지치게 만들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어떤 이유든간에 마이크론의 침묵은 다소 이례적이다.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수정안을 보낼 때만 해도 답변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이크론이 재정자문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여,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상태여서 검토에 그다지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채권단은 수정안에 하이닉스 잔존법인에 대한 마이크론의 지분투자 확대요구뿐만 아니라 마이크론이 이의를 제기한 주가산정 기준일 등 일부 조항을 다소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이지만 어느 정도 마이크론의 입맛에 맞춘 셈이다. 협상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도 마이크론이 시간을 끄는 것에 대해 “채권단을 애달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냉각기를 가지려는 ‘오노’식 제스처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채권단은 조급한 입장이다. 채권단이 당초 “이달안에 답변이 오지 않으면 협상은 결렬”이라던 관점에서 한발 물러나 “이달을 넘겨도 결렬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는 데에서 드러난다.

 물론 채권단은 “독자생존 방안도 모색중”이라면서 애써 여유를 찾으려 하고 있으나 마르는 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