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법` 태풍 몰려온다](5)유통업체도 예외 아니다

 제조물책임(PL)법은 제조업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제조물을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모든 업체가 이에 해당된다.

 PL법에 따르면 제조물 책임을 지는 자는 제조업자와 가공업자 또는 수입업자를 기본으로 하며 제조물에 상호, 상표 등을 사용해 자신을 제조(가공 또는 수입)업자로 표시하거나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를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업체는 물론 1차 책임자인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공급(판매, 대여 등)한 자가 보충적 책임을 지게 되므로 유통업체도 PL의 직접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 역시 PL법 시행에 따른 대책이 없기는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다.

 백화점, 할인점, 양판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상담 창구 운영, 고객 불만 처리 및 피해보상 등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으며 피해 소비자에게는 최대한의 보상을 이미 하고 있으므로 PL법 시행과 관련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는 여기지 않고 있다.

 편의점, 슈퍼마켓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유통 PL담당 서정대 차장은 “(PL관련 사고에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와 서류관계를 명확히 하라는 내용을 주지시키는 정도”라며 “아직까지 어떤 상품에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해 유통업체의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 막연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할인점을 비롯,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대량으로 개발·판매하고 있어 PL법 시행에 따른 직접적인 책임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다.

 TV홈쇼핑 업계의 경우 L사 정도만 별도의 안전관리사무국을 신설해 부서별 PL 대응법 등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기존의 반품 환불규정 및 소비자 클레임 처리 업무의 연장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PL전문가들은 TV와 인터넷, 카탈로그로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업체의 경우 비대면 거래라는 판매 방식의 특성상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범위가 예상외로 확대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홈쇼핑 업체들은 우수한 상품을 가진 우량 중소기업의 판매창구 역할을 자임하면서도 백화점 등에 비해 열악한 협력업체가 많다는 점과 이에따라 PL관련 분쟁이 발생할 때 배상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수입가전업계도 PL법 시행에서 예외일 수 없지만 아직까지 대책 및 대응방안 마련에는 실망스런 모습이다.

 최근 한국PL센터와 한국전기제품안전진흥원이 주최한 PL관련 교육장에는 주요 국내 가전제조업체 대부분이 참여한 것과 달리 수입가전업체는 소니코리아와 필립스코리아 뿐이다.

 전담부서 설치, 전문인력 양성 등 PL법 시행과 관련해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업체는 규모가 큰 한두개 기업에 그치고 대다수는 인력과 정보부족 등을 이유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PL법 시행으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관계가 보다 투명하고 엄격해지며 유통업체의 제조물에 대한 지식 및 정보습득이 배가돼 결국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줄 것이라는 PL법 시행의 근본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