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정보기술(IT) 전시회 ‘데모2002(Demo2002)’가 열렸다. 이 전시회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태블릿PC를, IBM이 소형 팜톱 ‘메타패드’를 각각 내놓으며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MS도, IBM도 아니었다.
전시회 기간 내내 관람객들은 린덴랩(Linden Lab)이라는 소규모 업체의 부스로 몰려들었다. 이유는 다름아닌, 캘리포니아 소재 신생업체 린덴랩이 선보인 린덴월드(Linden World)가 너무나도 신기했기 때문.
린덴월드는 3차원·대화형 버추얼리얼리티(VR) 환경을 완벽히 구현, 사이버스페이스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VR로 만들어진 또 다른 이름의 ‘에덴동산’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실제로 참가, 이웃들과 교류하고 게임도 즐기며 자기만의 세상을 꾸며갈 수 있다. 이 제품은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현실적 상상력을 극대화했다는 극찬을 받으면서 린덴랩을 일거에 컴퓨터 소프트웨어업계 주요 업체로 끌어올렸다.
이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린덴월드의 기획자인 동시에 린덴랩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로스데일.
로스데일은 업계에서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인물. 스트리밍 분야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리얼네트웍스에서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으면서 리얼비디오·리얼시스템 5.0·리얼시스템G2 등 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경쟁업체 MS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의 컴퓨터 경력은 다채롭기 그지 없다. 10살 남짓한 나이에 자신만의 컴퓨터를 조립했으며 고등학교 시절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를 차렸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이후에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초보적 형태의 원거리영상회의 시스템 ‘프리뷰(FreeVue)’를 개발했는데 개발능력을 인정한 리얼네트웍스에 의해 이 회사는 96년 인수됐다.
리얼네트웍스에서 3년 반의 세월을 보내고 로스데일은 액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에 합류, 린덴월드의 기초가 되는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게임과 시뮬레이션을 위한 VR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린덴랩에는 로터스의 설립자인 미치 케이포 등이 투자해 그의 실력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멋지게 출발선상에 섰다.
그는 자신의 제품에 대해 “게임은 끝이 있다. 하지만 린덴월드는 끝이 없다”며 앞으로의 자신의 행보를 예고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