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IT기업 주총 본격시작

 

 

 삼성전자, 삼성전기, 한국트로닉스 등을 시작으로 한 12월 결산 정보기술(IT)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말(28일) 주총에서는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큰 마찰없이 대부분의 이사회 결의안이 모두 통과됐다. 올해 경영 전망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지난해에 비해서는 이슈가 적어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주총이 진행됐다는 평가다. 대부분 기업이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배당금 축소가 불가피해 주주들의 원성이 나오기도 했으며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보수 한도를 확대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주주들의 지적도 있었다.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최근 외국계 펀드와 마찰을 빚었던 ‘우선주의 보통주 조항을 담고 있는 8조 5항 삭제’를 포함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확대, 이사보수한도 확대 등 모든 안건이 별 문제없이 통과됐다. 삼성전자의 주총은 예년의 마라톤 설전 주총(98년 13시간 30분, 99년 8시간, 2001년 8시간)과는 달리 3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참여연대의 주총 참가가 없었고 지난해 실적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모토로라, 에릭슨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나타냈다는 공감대가 주주들 사이에도 형성됐다는 평가다.

 최대 이슈였던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내용을 담고 있는 8조 5항 삭제를 포함한 정관 일부 변경안건은 표결 끝에 통과됐다. 참석 주식 가운데 96.38%의 찬성,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환산하면 63.2%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97년 2월 이후 발행한 신형우선주는 발행일로부터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8조 5항은 엘리엇펀드와 현대투신운용 등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삭제됐다. 하지만 우선주를 갖고 있는 주주들이 지속적으로 조항삭제에 반대, 법원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우선주를 갖고 있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종류 주총’과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들을 총괄한 주총’ 개최 등 이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될 소지는 남겼다.

 이밖에 삼성전기는 이날 주총에서 강호문 사장대우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일부 사업목적 변경을 비롯해 6개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한국트로닉스도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액면분할(5000원→500원)과 사업목적 추가 등을 원안대로 통과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올해 IT경기 전망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미국과 일본의 경기회복이 아직은 불확실하고 엔저 등 여전히 복병이 많다”며 “매출확대를 통한 외형성장보다는 부채비율을 40%대로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는 내실 위주의 회사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