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프리즘>한·미 정보보안시장의 차이

 ◆코즈모 싼툴로 미국 소닉월 CEO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환이 이미 일상이 되고 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네트워크를 사용한 업무 진행이 정착되면서 지난 몇 년간 보안 시장도 함께 폭발적인 증대를 가져왔다. 세계 정보보안 시장이 연평균 30%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보보안 시장도 올해는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테러사태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불황기를 맞고 있다. 이는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해온 하이테크 기업들에 더욱 큰 타격을 가져왔다. 신경제의 호황시절 매출 증대와 투자를 통해 몸집을 늘려온 거대 첨단 기업군들은 불황에 직면하자 불려진 몸집을 줄이기 위해 감원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보안 시장만큼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인터넷과 기업의 보안은 특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이버테러로부터 기업 및 개인의 자산과 정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전기·수송·통신·정부 서비스 등 국가 인프라의 정상적 흐름을 파괴시키려는 사이버테러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보안 시장의 큰 흐름은 방화벽, 가상사설망(VPN) 등 포괄적인 보안 기능들을 하나의 하드웨어 어플라이언스에서 지원하는 통합 보안 솔루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기반의 통합 보안 솔루션은 한국 시장에 널리 보급된 소프트웨어형 방화벽과 달리 높은 성능과 동적인 패킷 필터링을 구현하면서도 VPN 및 안티바이러스 기능도 제공한다.

 시장조사기관 IDC(http://www.idc.com)에 따르면 지난해 7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보안서비스 시장 규모가 2005년까지 꾸준히 늘어나 2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렇게 확대된 시장 안에서 서비스 폭 확대, 24×7 서비스 제공, 장비 기준 혹은 시간 기준에 의한 다양한 요금체계 제공, 서비스 수준 협약(SLA) 등이 보안업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이에 대한 주요 수요처는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보안 시장 흐름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 방화벽은 비즈니스 활성화 등 인터넷 기반사업 증가에 힘입어 올해도 보안 시장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보안 시장의 큰 흐름이 통합 솔루션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방화벽 단일시장 자체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킹과 바이러스 피해의 증가로 각광받는 침입탐지시스템(IDS)과 안티바이러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며 특히 VPN은 기업내 전자거래를 빠르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VPN은 미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기관과 기업들이 VPN에 대한 높은 이해와 실제로 도입하려는 비율이 높지만 한국에서는 관심은 높은 반면 아직까지 실질적인 투자 사례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투자에 대한 결과(ROI)의 분석이 이미 기업의 IT 인프라 투자의 척도가 된 미국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분석 방법들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무선인터넷보안·서버보안·ESM·보안컨설팅 분야 등의 시장규모는 타분야에 비해 큰 부분은 아니지만 꾸준히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보안 시장의 특징은 국가정보원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으로부터 받는 K4 인증을 바탕으로 한국기업들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외국산 장비들이 K4 인증을 취득하지 못해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산 보안업체들이 소스공개라는 제약 때문에 K4 인증을 기피하고 있어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제외한 민간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한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추세가 개별, 국가별 보안정책에 따른 개별 인증제도 때문에 무역장벽이라는 불만도 높아져 조만간 국제공통규격(CC) 등 세계표준인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