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여분 거리인 미국 북서부의 아이다호주 보이시(Boise). 캘리포니아의 초여름 날씨와는 달리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곳에도 반도체 공장이 있을까.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마중 나온 마이크론의 한국인 직원 윤지나씨(25)는 “대학입학 이후 6년째 이곳에 살지만 몰라볼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한다.
1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보이시 본사에는 20년이 넘었으나 128M SD램을 생산하는 1공장을 비롯해 D램과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3개의 팹,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공장 2개가 바쁘게 돌아간다. 9000여명 생산직 직원들의 1일 12시간, 주 3∼4일간 번갈아 근무한다.
지난해 11월 설립한 300㎜ 연구개발(R&D)팹은 핵심 기술인력들이 투입돼 0.10미크론 이하의 미세공정 연구가 한창이다. 올 9월 완공 예정이라는 포토마스크 합작 공장은 차세대 D램 개발과 공정기술 혁신에 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마이크론 임직원들의 기대다.
마틴 이사는 “TI 역시 메모리사업 구조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었고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주식이 올라 서로 성공한 대표적인 딜이었다는 평가를 대내외서 받았다”고 전했다.
마이클 새들러 월드와이드 영업담당 부사장은 “일본 대만업체들의 포기 선언과 하이닉스의 감산 등으로 매분기 평균 15% 정도 성장하던 D램 공급량 증가세가 지난 6개월간 평형선을 달린다”라면서 “PC에 탑재하는 D램 용량은 2배로 늘면서 재고는 2, 3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급속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달말로 끝난 2002년 2분기에서 마이크론은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세전이익을 기대했다. 현물가, 고정거래가 인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이번달부터 시작되는 3분기에는 더 큰 이익이 기대된다는 게 새들러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 정도의 성과라면 하이닉스와의 협상을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가능하지만 이어진 새들러 부사장의 말은 정반대다. “하이닉스는 중국 D램시장에서 1위이며 현지 고객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파악합니다. (하이닉스 메모리사업을 인수하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의 점유율을 높여 우리의 북미지역 의존도(55%)를 40%대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이닉스 공장을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생산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게 마이크론의 전략인 셈이다.
새들러 부사장은 인수가 성사되면 한국에 300㎜ 웨이퍼 전용공장(Fab)을 지을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는 “하이닉스 팹들을 둘러본 결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300㎜ 웨이퍼 생산 원가가 너무 비싸고 시장 요구가 낮아 우선 지난해 11월 설립한 연구개발(R&D)팹을 통해 올해안으로 제품 개발을 마무리짓고 전용팹 건설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마이크론은 애초 미국 유타주 리하이 지역에 제2단지를 조성, 300㎜ 전용팹을 짓기로 했으나 2000년에 테스트 시설만 일부 오픈한 뒤 팹 설립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새들러 부사장은 “마이크론의 목표가 당장 시장점유율을 높여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며 가격과 시장을 안정화시켜 메모리 업체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공정 기술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랑한다.
모니터를 통해 번인시스템을 자동 제어하는 지능형 통전시스템 엠빅스(AMBYX)와 이종의 반도체 공정을 통합하는 쉬링크(SHiRINK) 기술 등을 통해 공정단계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시키는 서바이블형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PC시장에 집중된 D램 위주의 사업구조를 개편해 플래시메모리와 D램을 집적한 통합칩과 64Mb 밉스 프로세서코어와 메모리를 집적한 시스템온칩을 내놓아 네트워크, 스위치 등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시장도 뚫어볼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도미니온 등 새로 인수한 공장들이 손과 발이 돼 줄 것이다.
생산라인에 근무중인 한국계 김안나씨(가명, 35)는 “마이크론의 산학협력프로그램 K-12를 통해 마이크론은 꿈이 있고 팀워크로 일하며 반도체 제조는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가치있는 일”이라며 예비 취업생들에게 마이크론을 곧잘 추천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슬로건은 ‘메모리의 미래(The Future or memory)’. 마이크론은 눈덮인 로키산맥 중턱에서 7전8기의 골드러시 정신으로 반도체 왕좌에 오를 꿈을 한발한발 일궈나가고 있다.
마이크론의 도전이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보이시(미국)=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마이크론 주요 현황
설립:1978년
직원수:1만8000명
반도체일관생산라인:미국(보이시·도미니온), 일본(니시와키), 이탈리아(아베차노), 싱가포르(테크)
후공정 전용 공장:싱가포르(MSA), 스코틀랜드(이스트킬브라이트)
주요 생산제품:D램(90%), S램 및 플래시메모리(10%)
공정기술:0.15미크론에서 0.13미크론으로 전환중
2001년(8월말 결산) 매출:39억3500만달러
2001년 설비 및 기술 투자:17억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