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주최하고 게임콘텐츠포럼(회장 김영만)이 주관하는 제7회 학술 세미나가 지난달 28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 3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국산 게임 중국시장 진출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우재영 해외사업팀장이 ‘중국권 게임산업 현황과 진출전략’이란 주제로 발표했으며 전자신문 모인 부장의 사회로 패널토론이 어어졌다. 패널토론에는 이소프넷 민홍기 사장, 조이온 조성용 사장, 게임브릿지 유형오 사장, 한국게임제작협회 최기재 사무국장, 웹이엔지코리아 전유 사장, 비전테크시스템 강신창 사장, 뉴빌 이형주 사장 등이 참석해 중국시장 진출전략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사회자 : 전자신문 모인 부장
패널 : 민홍기 이소프넷 사장
조성용 조이온 사장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
최기재 한국게임제작협회 사무국장
전유 웹이엔지코리아 사장
강신창 비전테크시스템 사장
이형주 뉴빌 사장
◇사회(모인 전자신문 부장)=최근 중국경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이 시장을 공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문화산업도 날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한류열풍이 일면서 문화산업의 경우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국산 게임의 중국시장 진출 전략 및 방안을 짚어보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패널토론자들은 중국시장에 대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 애로사항이나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민홍기(이소프넷 사장)=온라인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고 있지만 아직 이 시장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누구보다 먼저 이 시장에 진출한 것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시장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불법복제·해킹 등 각종 불법이 난무하기 때문에 이 시장에 대한 이미지 역시 좋지 않다. 이소프넷은 이 때문에 중국시장을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대만 게임업체인 에이서를 통해 우회적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파이는 줄어들더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덕택에 중국진출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중국에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느낀 점은 우선 문화적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킹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를 제재하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는 반면 중국에서는 해킹도 하나의 실력으로 인정하고 이를 제재하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화의 차이는 비즈니스에도 나타났다. 무슨 일이든 견해차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의사결정 과정 역시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때문에 매출이나 수익은 게임 서비스 6개월 만에 겨우 발생했다.
◇조성용(조이온 사장)=중국은 문화적으로 분명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권이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시장과도 다르다. 보통 중국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은 인내심을 갖고 이 시장을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하나의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는 4곳 이상의 관계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도 50일이나 걸린다. 이 때문에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대만이나 홍콩 업체를 통해 진출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불가피하게 중국 현지업체와 손을 잡을 경우에는 기업의 신뢰도나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출계약시 계약금 규모를 적정하게 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많은 계약금을 받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계약금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향후 마케팅 비용이 없어 고전하거나 러닝로열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해킹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안문제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전유(웹이엔지코리아 사장)=모바일 게임의 중국진출은 아직 시기상조다. 물론 중국의 경우 유선인터넷보다 무선인터넷이 더욱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휴대폰 플랫폼이 국내와 달라 모바일게임 콘텐츠를 수출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특히 중국인은 대부분 유럽과 똑같은 GSM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와 똑같은 CDMA단말기와 서비스가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게임보다는 벨소리나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 등이 훨씬 접근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CDMA 서비스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 중국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과금시스템이나 불투명한 시장상황 등은 여전히 난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에 익숙한 게임 장르가 중국에서도 통할지 의문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지금 당장 진출하기보다는 앞으로 무선인터넷 보급추이 등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진출을 타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시장에서도 모바일게임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중국진출보다는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중국진출을 모색한다면 국내와 중국에서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대만이나 중국 진출의 경우 언론을 통해 어느 정도 낭보도 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패하는 사례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세가·코나미 등 일본 유수의 아케이드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아케이드게임이나 시뮬레이터 등의 시장성은 어떤가.
◇강신창(비전테크시스템 사장)=중국시장은 말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일단 10억이 넘는 인구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투명한 시장이나 불법복제의 난무 등 만만치 않은 암초도 많다.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놓고 철저한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다. 아케이드게임이나 시뮬레이터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시장성이 없다. 불법복제가 너무 만연하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을 생산전진기지로 활용하는 것은 적극 타진해볼 만하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면 국내보다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기지로 활용할 경우에도 유의해야 할 점은 있다. 우선 사회간접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항만이나 공항 등이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물류 비용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급여 못지 않게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비용이 많이 든다. 이를 모르고 덜컥 현지인을 고용했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따라서 고용조건을 세심하게 따져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법이 수시로 바뀌는다는 것도 미리 숙지해야 한다. 법에 따라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대만이나 홍콩 등의 업체와 합작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형주(뉴빌 사장)=게임대회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중국시장을 개척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도 게임 전문 방송국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는 케이블 방송 시청자가 많다. 때문에 방송국과 연계한 게임대회 등을 프로모션 수단으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문제는 이런 이벤트를 개최하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스폰서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국내와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PC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다. 게임 전문 채널과 연계한 게임대회 개최 등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한다면 국내처럼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 아직 법이나 규제가 심해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나 한국 게임 홍보관 등을 개설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최기재(한국게임제작협회 사무국장)=중국 진출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 자본도 없고 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중국진출이 꼭 만리장성을 넘는 것만큼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영세한 업체들이 공동으로 전시회를 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게임제작협회는 오는 7월 다롄시에서 게임전시회를 기획중이다. 독자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이같은 전시회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적극 권한다.
◇유형오(게임브릿지 사장)=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중국시장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정작 수출을 하고도 돈을 떼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중국시장만큼 가능성이 많은 시장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온라인게임의 경우 중국시장이 황금어장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중국진출을 서두르면서 계약금이나 로열티를 서로 낮추는 제살깎기 경쟁을 벌이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업계가 공동으로 중국진출을 모색해보는 방안도 시급하다. 중국이나 대만 등 현지 파트너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민홍기=중국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쩌면 중국시장은 우리나라의 70년대 상황이나 비슷하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뒤처졌지만 자존심이나 애국심은 상당히 높았던 시절 말이다. 때문에 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모색해봐야 한다. 현재 중국은 차스닥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크다. 이에 맞춰 중국 현지업체와 국내 업체가 모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인트벤처 설립도 조심스럽게 타진해볼 만하다.
◇사회=우리와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일본·미국·유럽 등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조성용=프랑스 게임배급업체인 유비아이소프트가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를 내세워 게임을 공급하고 있는데 상하이에만 이미 2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다. EA의 경우 중국내 판권센터라는 기관을 통해 게임을 공급하고 있다. 비방디유니버설인터랙티브 등도 중국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디오콘솔게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중국의 GNP가 7000달러 이상이 돼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마 GNP가 1만달러를 넘으면 공식 진출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강신창=중국에는 집계가 안될 정도로 게임장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불법복제 게임으로 채워져 있다. 간단한 게임은 복제가 쉬우나 메커니즘이 복잡한 것은 복제보다는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가정용 게임은 시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최종 목적은 아무래도 중국일 것이다. 최근 한국시장에 콘솔게임을 공식적으로 유통한 데 이어 수시로 중국진출을 모색할 것이다.
◇사회=중국 게이머의 문화적 취향도 아주 중요한 문제다. 국내에서는 중국 게이머들은 무협류 게임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떤 게임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조성용=무협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일본풍의 캐릭터도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서구 유저들이 좋아하는 ‘에버케스트’ 등과 같은 게임에 대해서는 정서적으로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국내업체가 그만큼 중국 진출에는 문화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또 중국은 게임명이나 내용을 영어보다 중국어로 번역하는 것을 좋아한다. 중국어로 번역하면 언론이나 웹진 등에 소개될 기회도 많기 때문에 중국진출시 현지화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민홍기=중국은 법과 제도보다 사람간의 관계, 즉 관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지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현물 등을 먼저 투자하고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면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이미 인터넷 이용인구가 3200만명에 달하고 상류층도 7000만명이나 되는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늘 토론이 어쩌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보다 중국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정리=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