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게임사업 진출로 그동안 게임산업을 주도해온 벤처 및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에 치열한 마케팅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SK글로벌 등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 게임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어 대교·동양제과 등도 게임시장에 가세했다. 더구나 이들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어서 기존 게임시장의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현황=대기업의 게임사업 진출은 프로젝트 투자, 프로모션, 개발, 유통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PC 게임 유통사업에 주력해온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게임IDC를 개설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및 PC 게임 ASP서비스를 주로 담당할 게임IDC 분야에 총 300억∼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위해 이 회사는 최근 그라비티·두리소프트 등 게임업체에 프로젝트 투자한데 이어 조이온·트라이글로우픽처스 등과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글로벌(대표 김승정)은 올해 게임사업을 신규 역점사업으로 추진키로 하고 최근 SK텔레콤의 주식처분으로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본 세가, 대만 에이서등과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엑사이도(X-SIDO)’와 비디오 콘솔 게임 X박스 유통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업체로 잘 알려진 대교(대표 정금조)는 최근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 재미창조의 온라인 게임 ‘디미어즈’ 개발비로 2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키드앤키드닷컴의 아동용 온라인 게임 ‘워드마스터’ 공동 프로모션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교육용 게임타이틀 공동 개발을 위해 게임개발업체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양제과(대표 담철곤)는 올초 초코파이를 이용한 게임 프로모션을 진행한데 이어 최근 ‘고래밥’ 등 자사의 과자 캐릭터를 이용한 아동용 PC 게임 2종을 개발하고 있다.
◇배경=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게임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우선 게임이 고부가가치의 미래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가 1조원대를 돌파하면서 게임산업 전체 파이가 커짐에 따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경우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방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존 사업이나 유통망을 게임사업에 활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또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울 경우 벤처기업 보다 훨씬 빨리 소비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많게는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초기에 집행함으로써 ‘기선제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망=그동안 대기업 진출로 게임산업을 이끌어온 벤처 및 중소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들 업체는 PC·온라인·콘솔 등 대부분의 게임 플랫폼을 겨냥해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거의 모든 게임업체들이 크고 작은 ‘유탄’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들의 움직임이 ‘찻잔속 태풍’이 될 소지도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게임사업의 경우 창의력과 기획력 등이 성패의 관건인데 반해 대기업 특유의 조직문화와 더딘 의사결정구조가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게임사업을 처음 진출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이 게임사업에 참여하면서 벤처 및 중소기업에 의해 형성돼온 고유의 ‘게임자본’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