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숭실대 물리학과 강세종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대 및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과 직경 1.4㎚인 탄소나노튜브 속에 직경 0.9㎚의 풀러린(fullerene)을 넣어 만든 새로운 나노튜브의 전기적 성질을 밝히고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탄소나노튜브 속에 풀러린이 들어있는 새로운 나노튜브의 전기적 성질을 규명하고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분자 크기의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풀러린은 탄소 원자가 축구공 모양으로 결합돼 있는 분자로 우수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어 미래의 전자소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 주위에 가장 풍부히 있는 원소 중의 하나인 탄소원자는 고체형태로서 흑연과 다이아몬드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85년 미국 라이스대학의 크로토와 영국의 서섹스대학의 스몰리가 어떤 큰 별 근처의 상태를 모의 실험하기 위해 고체를 증발시키는 강력한 레이저 광선을 벤젠에 조사시켜서 어떤 종류의 탄소 분자가 생성될 수 있는지를 질량 분석계로 조사한 결과, 증기 속에 분자식이 C60인 물질이 존재함을 발견하였다. 이 분자는 축구공 모양처럼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으로 되었음이 확인되었으며 돔의 풀축 양식을 처음 도입한 벅민스터 풀러의 이름을 따서 풀러린 또는 버키볼이라고 한다.
이후 90년 이 분자에 의하여 생성된 고체가 처음으로 분리되었다. 그후 완벽한 대칭성을 갖는 이 분자에 대한 연구결과는 전세계의 화학, 물리학, 재료공학계를 흥분시켰으며 96년도 노벨 화학상은 풀러린 발견자 3명에게 수여되었다.
풀러린은 원자 숫자에 따라 C60, C70, C74, C76, C78, C82, C84 등으로 불려진다. 그 중에서 C60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C60이 다른 풀러린에 비해 많은 양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즉 C60은 같이 합성된 풀러린 중에서 약 80%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풀러린은 20% 미만 정도에 불과하므로 C60 이외의 풀러린을 실험에 쓸만한 양으로 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풀러린의 발견에 이어 탄소 나노튜브의 발견과 금속내포 풀러린의 합성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풀러린 및 그 관련물질은 물질 재료과학 분야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연구영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풀러린은 분자골격 전체에 퍼져 있는 전자계가 빛과 상호 작용함에 따라 광 흡수, 발광, 광전도성, 광기전력 효과, 비선형 광학효과 등 다양한 광전자기능이 기대되고 있다.
90년 풀러린 고체가 만들어진 후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졌다.
풀러린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스몰리와 크로토 연구팀은 C60 내부가 주기율표에 있는 어떤 원소도 포함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음을 예측하고 이를 시도, 란탄원자를 포함한 C60분자를 만들었다.
또 미국의 AT&T 벨연구소는 칼륨이 혼입된 K3C60과 루비듐이 혼입된 Rb3C60이 각각 절대온도 18도와 28도 이하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임을 확인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도 풀러린으로부터 새로운 광기능을 끌어내기 위해 풀러린 박막에 비대칭적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녹색 레이저를 조사, 강한 백색발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내는 등 과학자들은 앞으로 풀러린이 고분자 물질·촉매·광학재료·초전도체·전지·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풀러린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관련사이트
아이투게더 http://www.i-together.co.kr
서섹스대학 풀러린센터 http://www.sussex.ac.uk/Users/kroto/FullereneCentre
라이스대학 스몰리그룹 http://cnst.rice.edu/smalley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