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디스플레이(FPD:Flat Panel Display)를 위한 신호처리는 CRT 디스플레이를 위한 신호처리와 비교할 때 2차원적인 화면을 처리한다는 데 있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FPD는 순차주사 방식으로만 디스플레이를 한다는 것과 초기에는 TV신호 같은 동영상보다는 PC신호 같은 정지영상을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기본 사양이라는 미묘한 차이가 지금까지 FPD에 사용되는 비디오 프로세서가 CRT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프로세서와 다른 형태로 발전되게 한 원인이 됐다.
일반적인 TV수상기에서는 동영상만을 처리하기 때문에 제한된 주파수 대역폭 내에서 시간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비월주사 방식을 채택해 움직임이 빠른 영상까지도 사람의 눈에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자연의 색감을 잘 나타내게 하는 것과 멀리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화면이 밝은 것, 그리고 경계부분의 선명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 등이 신호처리의 중요한 점이다. 한편 일반적인 PC 모니터에서는 화면을 가까이 보게 되고 동영상보다는 선이나 점 그리고 문자로 이뤄진 정지영상을 자세히 보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므로 수평 및 수직방향으로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공간해상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비월주사시 발생하는 라인떨림이나 화면전체의 깜박임 등이 있으면 눈에 극한 피로감을 유발한다. 이와 같이 목적이 다른 두 응용 분야에 따라 디스플레이 장치는 최적의 가격대비 성능이 나오도록 발달이 돼 왔고 요즘 소비자가 가장 쉽게 접하는 TV 수상기나 PC 모니터의 형태로 나타나게 됐다.
CRT 디스플레이 장치의 경우 위와 같이 TV 수상기와 PC 모니터의 형태로 분리돼 소비자에게 공급됐으며 향후에도 계속 분리돼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위 두 가지를 만족하기 위해 해상도가 높으면서 순차주사인 TV 수상기를 개발하면 되는데 그럴 경우 TV 수상기의 가격이 5배 내지 10배 정도 상승하는 결과를 얻기 때문이다. 즉 TV 수상기는 전자총에서 전자를 고압으로 쏴 방전을 하는 디플렉션이라는 과정이 필요한데 높은 해상도를 가지는 신호에 대해 밝게 안정적으로 고압의 전류로 디플렉션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고 사용되는 부품의 가격이 매우 비싸지게 된다.
◇FPD는 디지털TV시대의 중심 기술=FPD의 하나인 LCD(Liquid Crystal Display)는 초기에 PC 모니터의 형태로 발전이 됐다. 주로 노트북PC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많이 이용되다가 나중에는 LCD 크기가 점차 커지면서 데스크톱PC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손색이 없어졌고 그 수요가 점차 늘어났다. 그런데 LCD가 그동안 PC 모니터로서의 역할만을 주로 하고 동영상 디스플레이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는 크기가 TV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아직 작았고, 화면의 밝기가 어두웠으며, 화면 반응시간도 느렸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화면 반응시간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초당 60장의 다른 화면을 가지는 TV신호를 무리 없이 표현하기 위해서는 화면의 반응시간이 17㎳ 이하가 돼야 하는데 LCD의 경우 초기에는 30㎳ 이상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동영상을 디스플레이하게 되면 움직이는 물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과 같이 보였다.
최근에는 많은 LCD 개발회사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화면의 크기와 밝기는 TV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반응시간은 20㎳ 정도로 개선이 됐다. 그래서 이미 많은 TV 개발회사들이 LCD를 TV로서 개발을 하고 있으며 반응시간이 17㎳ 이하로 될 경우 CRT의 전유물처럼 여겨오던 TV 수상기로서의 역할을 더욱 많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TV시대에 접어들면서 잡음이 전혀 없는 고해상도 신호를 잘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고 특히 1080라인이나 되는 HDTV를 제대로 디스플레이하기 위해서는 40인치 이상의 대형화면에 대한 요구가 대두하게 됐다. 그런데 CRT 디스플레이의 경우 40인치 이상되는 화면을 만들면 브라운관의 무게가 몇백㎏ 이상이 되고 TV 두께도 너무 두꺼워지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CRT 디스플레이의 한계성 때문에 HDTV 디스플레이로서 현재 프로젝션 TV와 PDP(Plasma Discharge Panel)가 대형화면으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프로젝션TV는 같은 화면 크기라면 CRT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무게는 작게 만들 수 있지만 부피는 작다고 볼 수 없고 광선 형태로 바꾼 신호를 거울에 반사시켜 긴 광로를 통과하기 때문에 신호가 번지는 것 뿐 아니라 잡음이 많이 섞여 화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RGB 세 개의 튜브에서 광이 발사되고 그것을 기구적으로 집중시키는 것이므로 시간이 오랫동안 지나거나 이동이 있을 경우 세 신호의 컨버전이 변하게 돼 소비자가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편 PDP는 대형화면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초기부터 동영상을 디스플레이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작은 부피로서 50인치 정도되는 대형화면을 만드는 데 큰 무리가 없으나 그동안 전력 소모량이 많고 해상도가 낮으며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PDP는 대량생산 체제로 바뀌어가면서 가격이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져가고 있으며 전력 소모량은 초기에 1㎾ 이상에서 지금은 500W 이하로 적어졌으며 해상도는 HDTV의 최대해상도인 1080라인은 되지 않지만 HDTV의 두번째 해상도인 720라인보다 많은 768라인으로 높아져 HDTV를 포함한 영상을 디스플레이하는 데는 점차 프로젝션TV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LCD와 PDP는 부피가 적고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영상과 데이터를 보여주기 위한 모니터로 점차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내·공항·기차내·전시장·백화점·음식점 등에서는 대부분 부피가 큰 CRT보다는 아직은 가격이 비싸지만 FPD로 옮겨가고 있고 가정에서도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PDP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PC 모니터를 CRT 대신에 LCD로 대체해가는 추세다.
◇FPD에 사용되는 비디오 프로세서의 현황=FPD는 프로그레시브 형태로 디스플레이를 하고 영상과 데이터를 동시에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CRT TV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프로세서와 다르게 추가적인 기능을 가진 비디오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FPD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프로세서가 갖춰야 할 기능은 그림1과 같다. 그 기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임의의 비디오 포맷이 들어오더라도 디스플레이 타깃에 맞는 비디오 포맷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스케일러 기능, 둘째 인터레이스 비디오 포맷으로 들어오는 영상신호를 프로그레시브 비디오 포맷으로 바꿔주는 디인터레이스 기능, 셋째 컨트롤을 위한 OSD(On Screen Display)를 나타내고, 색상변환을 위한 CSC(Color Space Converter), 밝기 및 콘트라스트 등의 조절을 위한 LUT(Look Up Table) 등 제어기능, 넷째 한 화면에서 두 가지 이상의 영상을 보기 위한 PIP(Picture In Picture) 혹은 POP(Picture Out Picture) 같은 보조영상기능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비디오 프로세서는 위 네 가지 기능 중 하나의 기능만을 하거나 몇 가지를 조합한 기능을 하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스케일러 기능과 제어기능을 같이 포함하는 비디오 프로세서들이 많이 존재하고 디인터레이스 기능만 단독으로 포함하는 프로세서들이 많이 있다. 제어기능 혹은 보조영상기능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스케일러 기능과 함께 포함된다. 최근 FPD가 TV역할을 하도록 많이 개발이 되고 있는데 이 경우 위 네 가지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 포함된 프로세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비디오 프로세서를 선택할 때 위 네 가지 기능이 어떻게 조합돼 있는지를 기본적으로 살펴야 하며 원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을 경우 허용되는 입력 비디오 포맷, 가로세로 화소 수, 출력 포맷, 화소당 비트 수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개발돼 사용되는 비디오 프로세서를 비교하면 표1과 같다.
◇국내 FPD 기술 및 제품의 현황=국내에서 가장 많이 개발되고 있는 FPD는 LCD다. 특히 LG와 삼성은 LCD모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고 LCD모니터나 LCD TV를 개발하는 업체는 LG와 삼성 외에도 중소 벤처기업이 약 40개에 달한다. 그리고 PC 모니터가 CRT에서 LCD로 바뀌어가는 추세에 따라 점차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모니터 기능에 TV기능을 부가하는 형태로 제품개발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LCD 기술이 발달해 반응속도가 빨라진 것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서는 일반적인 소비자의 사고가 PC신호와 TV신호를 분리해 디스플레이 하지 않고 융화되는 것이 편리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PC에서도 DVD, 비디오CD 등을 연결해 동영상을 즐기기도 하지만 TV를 보다가 인터넷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PC에서는 반복된 동영상 플레이를 하더라도 잡음이 없도록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캠코더에서 나온 영상을 PC의 하드디스크나 광디스크에 저장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대형화면을 만들기에는 PDP가 적합하기 때문에 HDTV 시대가 되면서 PDP가 급속하게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전에는 PDP의 콘트라스트가 작고, 전원 잡음이 크며, 전력소모가 1㎾ 이상이나 됐기 때문에 가전 제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LG와 삼성이 주도해 많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콘트라스트가 400 대 1 이상으로 향상됐고 동영상을 표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전원잡음이 줄었으며, 전력소모도 50인치 정도의 PDP에서 500W 이하로 줄어 소비자가 거실에서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도록 발달됐다.
대기업 외에도 UDP·이레전자·디지털디바이스 같은 벤처기업에서도 국내외에서 PDP 모듈을 도입해 제품을 개발중인데 그 성능이 대기업 못지 않다. PDP는 아직까지도 가격이 천만원대 정도로 너무 비싸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공간을 작게 차지하고 대형화면이 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편 국내 대기업에서는 LCD나 PDP 외에도 아직은 제품으로서 크게 자리잡고 있지는 못하고 있으나 DLP·유기EL 같은 FPD의 개발에도 상당히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FPD 연구 개발쪽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겨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CRT 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시대에서는 작은 기업이 TV 제품을 개발하려면 고가의 많은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었는데, FPD 시대에는 디스플레이 사업이 대량물량의 장치 사업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발빠른 대응에서 승부를 거는 고가의 니치사업으로 바뀌게 돼 국내의 많은 벤처기업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이 FPD는 국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데 비해 FPD에 사용되는 핵심 신호처리 기술인 비디오 프로세서는 대부분 미국과 대만에서 수입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극히 일부의 기업에서만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비디오 프로세서가 FPD에서 차지하는 가격적인 비율은 매우 적다. 그러나 비디오 프로세서는 FPD의 화질과 기능을 좌우하는 요소로 FPD 전체 제품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다. 비디오 프로세서가 재빠르게 업그레이드돼 개발할 수 있어야만 FPD 제품의 기능이 자유롭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고 창조적인 개념을 생각해낼 수 있다.
◇향후 전개방향=PDP나 LCD는 대형 벽걸이 디스플레이 장치로 일반 가정을 파고들 것이고 DLP는 프로젝터로 전문가의 눈을 즐겁게 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FPD는 모두 1920×1080i의 HDTV 해상도 및 1600×1200p의 UXGA 해상도를 완전히 만족하는 제품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가 진정 부족함이 없는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하는 것이 된다. 고화질 PDP의 패널과 모듈 개발은 일본 회사로부터 시작해 국내에서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데 LCD 패널과 모듈의 경우는 오히려 삼성전자가 선도하고 있으며 이미 제품화된 24인치 1920×1200p 고화질 모니터를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FPD가 고화질로 가면서 소요되는 비디오 프로세서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디오 프로세서가 국내의 제품으로 대체되는 것이 FPD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비디오 프로세서 칩을 개발, 생산하는 데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즉 좋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공정이 많이 존재하고 칩을 응용할 수 있는 시장인 모니터나 TV개발하는 업체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지 칩을 설계할 수 있는 인원이 메모리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바람에 비메모리쪽으로는 많이 없다. 국내의 디스플레이 개발 업체들은 그동안 외국 업체와 많이 접촉해왔던 터라 국내 칩 회사에 대한 관심도와 신뢰도가 크지 않다.
향후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FPD 시대에서 완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와 디스플레이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칩 회사가 공동의 승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래야만 한 가지라도 더 외국 회사로부터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