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하이닉스 협상 결론 왜 미루나?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의 결론 도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양측이 수정협상안을 놓고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쟁점 사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마이크론이 최종 결심을 계속 미루는 속사정은 무엇이며, 그러면서도 하이닉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크론의 속사정=마이크론은 양해각서(MOU) 초안을 통해 채권단에 ‘마이크론코리아’에 15억달러(후순위채권 4억달러 포함)에 달하는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하이닉스 잔존법인(비메모리반도체)에 투자할 2억∼3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마이크론이 현금 지급능력이 예상보다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15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및 유동성 자금을 갖고 있고 부채비율도 7%로 재정상태가 무척 양호한 편. 그러나 300㎜ 웨이퍼 전용팹을 건설, 0.10미크론 이하 공정 개발 등 차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금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현 보이시공장은 입지 조건도 좋지 않고 20년이 다돼 확장에 한계가 있어 유타주 리하이에 제2반도체단지를 조성, 300㎜ 전용팹을 짓기로 발표했던 당초 계획도 보류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 PC사업부문인 마이크론 전자 매각 등 최근 몇년간 10여개에 달하는 비반도체부문 부실 계열사 정리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손실을 입었다. 때문에 현지 금융권이나 증권분석가들로부터 대신 메모리사업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요구받았다.

 설상가상으로 4월말까지 도시바 미국 도미니온 공장 인수건으로 2억5000만달러의 현금과 주식 150만주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마이크론측은 98년 TI 메모리사업 인수방법 때와 같이 주식으로 매각대금을 지급하고 업그레이드 및 신규 투자금까지 받아내 상호 윈윈할 수 있다는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의 욕심=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인수대금으로 30억달러(유진공장 10억달러 부채 제외)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주식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수적이지만 신주 발행에 한계가 있다. 이에따라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는 주식산정 기일을 MOU 체결 직전 5일로 잡고 하한선을 35달러로 책정, 최대한 지급 주식수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은 또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주식 매각 시기를 1년 이후에서 3년으로 잡고 50%를 위탁계좌에 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즉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하이닉스와 채권단의 주식매각제한과 주식산정 기준일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대해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이는 협상을 가로막는 최대 독소조항”이라며 마이크론의 욕심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마이크론은 84년 6월, 주당 14달러의 공모가로 보통주 220만주(주식분할 고려시 주당 1.4달러에 2200만주)를 공모해 상장했으며, 90년 종목코드 MU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현재 6억여주를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95년 유타주 리하이 제2반도체단지 조성 발표 때 등 대규모 신규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뉴욕증시 상장이후 세번의 주식분할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 총자산 80억달러, 자본규모 69억달러에 비해 시가총액은 200억달러로 비교적 견실한 상태다.

 ◇그래도 하이닉스다=그러나 이같은 전제조건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메모리사업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미지역(전체 55%) 위주의 사업구조를 개편해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기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향후 10년간 최대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하이닉스가 독식하고 있고, 일본시장도 삼성전자의 벽을 넘기가 어려워 마이크론은 번번히 아시아시장에서 고배를 마셔왔다.

 물론 TI로부터 넘겨받은 이탈리아·싱가포르·일본 등의 생산라인도 있지만 생산규모나 수율면에서 아직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때문에 마이크론으로선 하이닉스의 대량 생산능력과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의 독보적인 영업능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인지하고 있다.

 반면 하이닉스는 이같은 전략적 알짜사업임에도 마이크론의 요구조건이 너무 나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따라잡기=마이크론은 최근 미국에 신규 팹을 짓는 것을 보류한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300㎜ 전용팹이 리하이 공장에서 돌아가야하나 현재는 S램 등 메모리 테스트라인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나 인피니온보다 300㎜ 웨이퍼 투자 및 기술개발, 상용화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 미세공정도 0.15미크론에서 0.13미크론으로 바꾸는 중이지만 0.10미크론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인텔 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가 필수적이다.

 결국 마이크론은 하루라도 빨리 하이닉스의 메모리 라인을 인수해 수익을 확대하고 사업비전을 제시해 추가 투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차세대 투자에 전력, 삼성을 제치고 메모리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보이시(미국)=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