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경쟁상태에 따라 전략적인 가격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국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국산 제품과 경쟁이 치열할 때에는 아주 저렴한 가격을 제시,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반대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제품에 대해선 외국보다 비싼 가격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야후 쇼핑몰과 한국 야후 쇼핑몰에 나와 있는 외국 패키지 소프트웨어 가격을 비교해 봤을 때 국내 운용체계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홈과 윈도XP프로의 경우 미국 판매가격은 한화로 각각 25만8700원(199달러)과 38만8700원(299달러)이고 우리나라에선 각각 28만9000원과 43만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산 제품보다 10% 정도 비싸다.
엑셀2002의 경우는 그 차이가 더 벌어져 한국에서 55만90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이 미국에서는 38만8700원(299달러)에 판매돼 무려 45%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와 달리 국내 제품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프런트페이지2002와 워드2002의 경우는 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을 보면 본국에서 44만700원에 판매되는 워드200이 우리나라에선 15만6200원에 판매되고 21만9700원(169달러)짜리 프런트페이지2002는 8만5780원에 판매된다.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어도비와 매크로미디어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어도비의 간판 상품인 포토숍은 국내에서 미국보다 27만원 정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도 18만원 정도 비싸다. 경쟁이 되는 제품이 있는 매크로미디어 플래시의 국내 판매가는 미국 판매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 소프트웨어가 갖고 있는 입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나 엑셀, 어도비의 포토숍 등은 국내에서 경쟁 제품이 없는 상태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는 아래아한글, 프런트페이지는 나모웹에디터라는 토종 제품에 밀리고 있는 상태다. 매크로미디어 플래시의 가격이 싼 이유도 전반적인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 제품군의 매출 확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다국적 소프트웨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 제품 가격이 비싼 이유는 한국 시장의 유통 구조가 미국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유통 구조가 단순화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칙적으로는 세계 공통 가격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특정 제품의 경우 본사의 허가를 얻어 지사 차원에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평가 사이트인 보물섬의 김현숙 팀장은 “아시아 시장의 소프트웨어 가격이 구미 시장의 소프트웨어 가격보다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 지역 불법 복제로 발생하는 기회 비용을 가격에 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나라마다 다른 물가와 경제 조건을 감안한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가격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표> 주요 외국 패키지 소프트웨어 한미 가격 비교(환율 기준 1달러=1300원)
제품 한국 판매가 미국 판매가
윈도XP홈 28만9000원 25만8700원(199달러)
윈도XP프로 43만1000원 38만8700원(299달러)
엑셀2002 55만9000원 38만8700원(299달러)
워드2002 15만6200원 44만700원(339달러)
프런트페이지2002 8만5780원 21만9700원(169달러)
포토숍5.0 104만9400원 77만8700원(599달러)
일러스트레이터9.0 69만5200원 51만8700원(399달러)
플래시5 6만9300원 23만2700원(179달러)